광주시·광주외국인복지센터
광주지역 288명 실태조사 결과

▲ 29일 광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실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인권증진 및 권리보호 정책토론회.
광주지역 내 외국인 인구 증가와 더불어 이주노동자 인권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이주여성노동자들의 인권이 훨씬 열악한 처지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여성노동자들의 30% 이상이 폭력이나 성희롱·성폭력 피해 경험을 당하고, 피해를 입고도 해고가 두렵거나 ‘외국인여성’이라 항의해도 소용없을까봐 대처 조차 못하고 있다는 것.

이는 광주시와 광주외국인복지센터가 지난해 288명의 광주지역 이주여성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에서 드러났다.

29일 광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실에서 이주노동자 인권증진 및 권리보호를 주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이주성 광주외국인복지센터 대표는 ‘2019 이주여성노동자 인권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캄보디아 57명, 베트남 56명, 중국 53명, 필리핀 51명, 우즈베키스탄 42명 등 5개 국적 이주여성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52.4%는 회사에서 무시나 욕설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피해자 20% “그냥 참아” 해고 위험·해결 기대 낮아서

이유는 한국말을 잘 알아 듣지 못하거나 일이 서투르다는 것 등이었다.

회사에서 성희롱·성폭력을 당한 이주여성노동자는 87명으로 30.2%에 달했다.

가해자는 외국인 동료가 44.8%로 가장 비중이 높았고, 한국인 동료가 40.3%, 한국인 상사가 12.5%였다.

피해를 당한 장소는 대부분 회사였는데, 회식자리나 데이트, 집, 공원 등에서 피해를 당했다는 답변도 있었다.

무시·욕설·성희롱·성폭력 피해를 입었을 때 대처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이주여성노동자의 20.75는 ‘그냥 참았다’고 답했다. 노동부나 경찰에 신고한 것은 19.5%, 회사를 옮긴 노동자는 18.4%였다.

피해를 입고도 참은 이유에 대해 31.1%는 “회사를 그만 두게 될까봐”라는 이유를 들었고, “외국인여성이라서”라는 이유로 그냥 참은 경우는 27.6%, “항의해도 소용없어서” 참은 노동자는 26.4%로 각각 나타났다.

‘이주여성노동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은 경험에 대해선 123명(42.7%)가 “있다”고 답했다. 차별 가해자는 한국인 동료가 39.8%로 가장 비중이 높았다.

공공기관에서 이주여성노동자라는 이유로 불친절을 경험하거나 모욕감을 느꼈다는 이주여성노동자들도 있었다. 84명이 이런 경험이 “자주 있다”고 응답했고, 52명이 “가끔 있다”고 답했다.

이직 경험이 있는 이주여성노동자는 60.1%로 절반을 넘었다. 이직 이유는 사업장 일이 너무 힘들다는 답변이 47.4%로 가장 높았고, 임금을 많이 받기 위해서 옮겼다는 답변이 16.2%로 뒤를 이었다. 인격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아 이직했다는 응답자도 11%(19명)로 집계됐다.

임금을 받지 못하고 이직을 경험한 이주여성노동자는 142명(49.3%)이었다.

현재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 인권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31.6%에 불과했다. 68.4%는 인권교육을 받지 못한 것.

인권교육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잘 몰라서 교육을 받지 못하거나 아예 교육을 하지 않아서 못 받는 경우, 시간이 없거나 체류자격이 불안정해서 교육을 받지 않는 노동자도 있었다.

▲“이주여성노동자라는 이유 차별” 경험도 42% 달해

외국인 지원단체에 도움을 받은 적이 있는지에 대해선 22.3%가 구직문제와 교육(한국어, 컴퓨터) 목적으로 도움을 받았다고 답했다. 사업장 변경 등 법률상담 및 인권문제로 도움을 받은 이주여성노동자는 17.8%였다.

이주성 대표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주여성노당자를 위한 특별한 보호법이 시행될 필요가 있다”며 “차별이나 무시, 성추행 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장과 사업주에 대한 인권교육이 철저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주여성노동자들이 인권 피해를 당했을 때 쉴 수 있는 공간이 광주에 없다”며 “폭력이나 성추행을 당해 절박하게 피해 있거나 쉴 곳이 필요한 이주여성노동자들을 위한 공간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지난해 9월 기준 2만40007명이다. 이중 여성은 1만 명 이상(2018년 12월 기준)으로 추정된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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