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폐합반대비대위 “SOC 사업위해 노골적 개입”
“공무원 동원·학부모 압박·조직적 민원 글 게시”
광주 삼정초등학교 통폐합 후 해당 부지에 SOC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북구청이 통폐합 분위기 조성을 위해 주민을 동원하는 등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삼정초교 통폐합 반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삼정초등학교 학부모 모임, 광주참교육학부모회,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18일 보도자료를 내 “삼정초교 통폐합 건이 교육의제로서 자율적으로 충분히 토론될 수 있도록 보장하라”면서 “북구청은 당장 ‘삼정초교 통폐합 논의’에서 손 떼라”고 주장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북구청은 삼정초교 통폐합 1차 학부모 설명회에 공무원 10여명을 동원했고, 2차 학부모 설명회땐 일부 통·반장이 학부모를 데려오는 식으로 개입했다.
비대위는 삼정초교 통폐합 1차 설명회 시 촬영한 사진을 제시, 북구청 체육관광과장 등 직원 10여명이 동원됐다고 보충했다.
또 주민자치위원, 통·반장 등 관계자들이 시민단체·학부모에 전화(문자)하거나 학부모 거주지까지 찾아가 삼정초교 통폐합에 찬성하도록 요구하고, ‘광주바로소통’에 올라온 삼정초교 통폐합 반대 제안에도 SOC사업 추진 의견을 조직적으로 게시하고 있다.
"통폐합 교육의제로 충분히 토론되도록 존중해야"
이와 관련해서도 비대위는 전직 자생단체 관계자가 삼정초교 학부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비대위는 “이처럼 뇌에서 내린 명령이 신경망을 통해 퍼지듯 관이 통·반장 등 주민조직들을 동원해 여론을 왜곡·조작하는 관제운동은 군사독재 시절에나 써먹던 수법”이라면서 “민주사회에서 행정기관이 공권력을 이용해 여론몰이를 하면 학부모 입장에서 강압적으로 느껴져 위축될 수밖에 없다. 특히 학부모들에게 삼정초교 통폐합 찬성 의견을 내도록 강제하는 것은 ‘신개발’ 독재”라고 비판했다.
또 “삼정초교 통폐합 논의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육의제이자 토론과제이지, 북구청이 추진하고자 사활을 걸고 있는 SOC사업과 무관하다”면서 “어떤 가족이 주택을 가꾸며 살 것인지 아파트로 갈 것인지 ‘교육적 전망’ 안에서 토론을 하고 있는데, 이웃 주민이 집안으로 난입해서 ‘아파트로 가야 집을 허물고 우리가 좋은 시설을 지을 수 있지 않냐’고 윽박지르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대위는 “작은 학교가 왜 필요하고, 지역 공동체를 위해 학교는 어떤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가? 무분별한 도시 확장 안에서 교육은 개발의 뒷수습을 할 것인가, 지속가능한 개발의 기반을 조성할 것인가? 등 이같은 의제가 제대로 논의되기 전에 ‘학교를 없애면 어떤 이익이 발생하는지’로 사람들을 눈멀게 하고, 여론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광주시교육청은 학부모 요구에 따라 ‘삼정초교 통폐합 논의를 방해하지 말라, 주민갈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는 협조공문을 북구청에 발송했다’는 걸 적시한 비대위는 “6월 말로 예정된 ‘삼정초교 통폐합 여부 투표’를 공정하게 치르려는 의도지만, 이 사안이 어떻게 매듭지어지더라도 생채기가 날 수밖에 없는 학생, 학부모의 고통을 다독이려는 의지로도 읽힌다”면서 “북구청은 당장 ‘삼정초교 통폐합 논의’에서 손을 떼라”고 경고했다.
“개발예산 집행 위해 민주적 의사 형성 짓이겨”
광주시교육청은 소규모 학교인 삼정초(학생 65명)를 폐교하고, 학생들을 인근 두암초(439명)와 율곡초(352명) 배치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북구청은 삼정초가 폐교되면 그 자리에 국비 50억원, 구비 42억원, 시비 40억 원 등 132억 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4000㎡ 규모의 복합체육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이같은 계획에 대해 “작은 학교를 살려야 한다”며 시민단체와 학부모들 반발이 커지자 광주시교육청은 삼정초등학교 학부모 직접 투표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청은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삼정초등학교 통폐합 찬반 투표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의뢰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 대상은 학부모 54명이고, 이중 과반인 28명 이상 찬성할 경우 통폐합이 이뤄진다.
투표일은 이달 25∼27일까지가 검토 중이다.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