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싱어의 ‘동물 해방’

 

 많은 기자들과 평론가, 학자들이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전 세계 사람들의 생활이 바뀔 것이라고들 이야기한다. 또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 바이러스를 ‘지구의 반격’이라고 표현한다. 어쩌면 “이전과 같을 수 없는 코로나 이후의 세계”라는 건조한 말에도 자조가 섞여있는 걸지 모른다. 인간이 지구를 해치고, 지구 위에 살아가는 수많은 생물들을 해치는 현실에 대한 자조는 현실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것 처럼 들리기도 한다. 지구는 이미 반쯤 망했고, 되돌릴 방법은 없다고. 우리는 너무 늦었다고.

 그런 말들을 듣고 있자면 정말 그런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정말 우리가 늦은 걸까? 아니, 늦었더라도 할 수 있는 게 정말 없을까? ‘지구의 반격’에 대한 이야기는 코로나 시대 이전에도 존재했다. 환경을 지켜야 한다든가, 오존층을 파괴하면 안된다든가, 발전소를 더는 짓지 말아야 한다든가…. 어쩌면 인간이 수많은 경고들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조금씩 악화되는 상황을 끈질기게 읽어내려고 하지 않았을 뿐일지도 모른다. ‘너무 늦었다’기보다는, 너무 오래 게으름을 피운 것이다.

 이런 아픈 사실을 보여주는 좋은 책들은 정말 많지만, 코로나로 인해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었던 8월 내가 손에 잡은 책은 피터 싱어의 ‘동물 해방’ 개정완역판(피터 싱어, 연암서가) 이었다.

 

 ▲‘종차별’을 당연시하는 사회

 

 동물 해방 운동의 바이블이라는 대담한 홍보문구가 과하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이 책은 여러가지 관점에서 종차별이라는 개념을 생각하게 해준다.

 

 “평등이라는 기본 원리는 평등한 또는 동일한 처우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한 원리는 단지 평등하게 배려하길 요구할 따름이다. 그리고 서로 다른 존재들을 평등하게 배려한다는 것은 그들을 서로 다르게 처우하며, 그들이 서로 다른 권리를 갖는다는 사실을 의미할 것이다.” (29p)

 

 피터 싱어는 인간과 비인간 동물을 평등하게 배려하지 않는 것은 ‘종차별주의적’이며, 이런 태도를 당연하다고 여긴다면 인간과 인간 사이의 수많은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또 동물에게는 고통이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인간과 다르지 않게 그러한 즐거움을 충족할 권리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몇 줄로 짤막하게 적을 수 있는 이유들을 깊이 생각해보면 할수록, 인간이 어떤 대상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얼마나 신기하고 이상한 것인지를 알 수 있게 된다.

 마냥 쉬운 책은 아니었지만 읽기가 버거울 정도로 어렵지도 않았다. 피터 싱어가 동물 실험의 끔찍함에 대해 말하고, 축산업이 가져오는 동물들의 고통을, 환경 오염을 말하는 것을 보면 당장 나의 일상이 놀랍게 느껴진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의 삶은 제한될 수밖에 없지만, 동시에 인간은 어떤 동물보다도 자유롭다. 어떤 동물보다도 많은 희생 위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옷감 하나, 신발 하나, 밥 한 끼를 유심히 들여다보자니, 역설적이게도 인간은 도구적으로 생명을 빼앗기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지금까지 이어져 온 인간의 문화들이 작동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동물 해방’은 독자에게 그리 직접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거대한 문제에 있어 개인이 할 수 있는 직접적인 해결은 없기 때문이다. 가장 쉽고 기초적인 실천 방법으로 채식을 꼽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채식은 쉽고 기초적인 방법이 아니다. 채식이란 습관을 바꾸는 일이다. 새로운 것을 하나 내 삶에 들여오는 것뿐 아니라, 익숙했던 것을 삶 밖으로 내보내는 작업을 동시에 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것은 단순히 귀찮음의 문제, 당위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 바로 ‘앎’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익숙했던 것 삶밖으로 내보내기

 

 무언가를 안다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정보를 접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진심으로 새로운 세계를 이해하기 위하여 머리로 생각하고, 마음으로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자꾸 질문을 던져 만족스러운 답이 나올 때까지 대답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가끔은 이 책에서의 피터 싱어 같은, 멀리 있지만 가까이 보이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기도 한다. 다큐멘터리 영화에게 도움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진심으로 실천해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되고 이해하는 순간 자연스럽게 움직임이 시작된다. 피터 싱어는 실천윤리학자로서 그리고 운동가로서, 이러한 과정을 치열하게 거쳤다.

 반복적으로 질문하고 집요하게 대답하기. 내가 아는 것이 정말 ‘아는 것’이 맞는지 의심해보기. 어쩌면 이런 일이야말로 인간의 업보가 되돌아오고 있는 이 시기에 시도하기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곧 태풍이 몰려와 한바탕 한반도에 비를 쏟아놓는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 또한 인간이 존재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이상기후 현상일까? 어찌 되었든, 더는 회의적인 태도를 가지고 싶지 않다. 2020년의 인간은 폭풍의 눈이 아닌 폭풍 한복판에 서 있고, 반대되는 나비효과처럼 이 폭풍을 조금이나마 잠재울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그 사소한 날갯짓에서 바람을 일으킬 것인가?

 안혜민 <동네책방 숨>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