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 철회 촉구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지난 8월28일 공개한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안)이 개인 의료정보를 불법적으로 활용, 공유, 결합, 판매하는 것을 허용하는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건강과대안, 경실련, 무상의료운동본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등 시민단체들은 2일 “국민의 민감한 의료정보를 보호해야 할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오히려 의료정보의 상업적 활용을 부추기는 가이드라인(안)을 만든 것을 규탄하며 이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들은 “이번 가이드라인(안)은 개인 의료정보를 비롯한 민감정보 역시 가명처리하면 기업들이 판매, 공유, 결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며, 이는 개인정보보호법 및 의료법 위반의 소지가 큰 만큼 폐기되어야 마땅하다”고 촉구했다.

단체들은 “개인 의료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 제23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민감정보’이며, 민감정보는 정보주체의 별도의 동의를 받거나 법령에서 허용하는 경우 외에는 그 처리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면서 “가명처리는 ‘개인정보’의 처리이며, 가명정보 역시 개인정보라는 점에서 가명처리를 했다고 제23조를 적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계는 제3절 가명정보의 처리에 관한 특례가 민감정보에도 적용된다고 주장하나 이렇게 될 경우 민감정보의 보호를 별도의 조항으로 두어 보호하고 있는 취지 자체를 훼손하게 된다”면서 “만일 공공적인 의료 연구를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면 법에서 그 허용범위와 절차를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는 보호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정보주체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것.

단체들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한 해석과 별개로, 의료법에서는 환자들의 개인 의료정보를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열람하게 하거나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가이드라인(안)은 ‘가명처리하여 환자식별력이 없는 진료기록(정보)’에는 의료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가명정보 역시 개인정보라는 점에서 이러한 가명처리된 진료기록에는 의료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해석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가이드라인(안)은 법령에서 규정해야 할 사항들을 가이드라인으로 처리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법령에 근거없는 가이드라인만으로는 민감한 개인 의료정보의 남용을 막기 힘들다.

단체들은 또 가이드라인(안)이 개인정보 보호원칙을 권고 수준으로 격하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단체들은 “예를 들어, ‘가명정보를 최초 제공받을 당시 원 개인정보처리자에게 밝힌 목적(X) 외의 목적(Y)으로 처리할 경우 원 개인정보처리자에게 고지할 것을 권장’하고 있는데, 개인정보의 목적 내 처리는 권고 사항이 아니라 준수해야 할 원칙이며 또한, ‘데이터 분석 대행 또는 협력연구 등을 통해 익명정보 반출 만으로도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경우 원 개인정보처리자가 이러한 작업을 수행할 것을 권장’하고 있는데, 익명정보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경우 익명정보를 활용해야 하는 것 역시 권장 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준수해야 할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또한 정보주체의 권리 보호를 최우선 원칙으로 정책을 수립할 것을 보호위원회와 보건복지부에 촉구했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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