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밖에서 물을 가지고 놀았다’ 출간
“그 몽환적인 눈으로 찾아낸 은유”

1985년 오월문학상 수상,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이력의 김호균 시인. 최근 직장(문화전당)을 그만 둔 시인이 평소 전념해온 시작 활동의 산물을 묶어 시집 ‘물 밖에서 물을 가지고 놀았다’(걷는 사람)를 출간했다.

‘걷는사람 시인선’의 29번째 작품으로,김 시인에겐 26년 만에 펴내는 첫 시집이라는 의미가 가볍지 않다.

김형중(문학평론가)은 이 시집 발문에서 ‘시집없이 20~30년째 시인이었던’ 그가 ‘그간 썼을 (썼다면) 원고들의 행방이 궁금’하기도 했고, ‘결국 그가 시를 포기한 것도 같았다’고 했는데, 그 궁금증과 의문에 대한 답이 될만하다.

출판사 배포 자료 중 “낯선 오브제를 통해 길어 올린 제3의 눈”이라는 ‘해설’이 “등단 스무해도 훨씬 넘어 첫 시집을 갖게된 시인이 그 몽환적인 눈으로 찾아낸 은유”라는 발문의 평론과 상통하는 듯 해 밑줄을 그었다.

이 시집 세상을 향한 메시지를 ‘은유’에서 찾은 김형중 평론가는 김 시인이 ‘소금쟁이’와 닮았다 했다.

<세상과는 아주 떨어지지 않으면서도/세상을 사뿐사뿐 가지고 노는…>(‘소금쟁이’ 부분),바로 이 대목이다.

이 시집의 제목 ‘물 밖에서 물을 가지고 놀았다’는 소금쟁이의 첫 행이다.

“직장인이되 시는 쓰고 싶은 마음으로, 현실에 완전히 빠져들지도 않고, 그렇다고 영영 초월하지도 않은 채로, ‘지금 여기’와 ‘너머’ 사이 어디쯤의 비식별역을 바라보고 있는 이의 시선”(발문 중)이라는 게다.

시인이 세상에 발을 담그려 하지 않았다면 그 배경의 일단은 ‘전어’에서 유추할 수 있다.

<가을이 왔다 포장마차 수족관에 전어들이 쉭, 쉭, 쉭 날아다닌다/마치 비수처럼 날아와 가슴에 박힌 것 같다… //TV나 신문이나/소주 한 잔 알싸하니 들이켜는 술판이나/ 허공에 날아다니는 비수로 상처가 못내 심각하다…> (‘전어’ 부분)

김호균 시인
김호균 시인

시인에게 세상은 “주인을 알 수 없는 비수들이 날아 다니는 상처투성이 사람들의 세계”(발문 중)였으니, 그 이미지는 ‘짱뚱어’에서도 다르지 않다.

<불안 투성이일 수밖에 없는 생의 전투였으리//참호를 파놓고 눈자위를 끔벅끔벅 사주경계하느라 여념없는//그 둘러보는 힘이 없었더라면>(‘짱뚱어1’ 부분)

“소금쟁이와 짱뚱어는 모두 일종의 ‘경계’를 제 영역으로 살아가는 존재들이다.(…)짱뚱어는 뻘밭에 두 눈을 반쯤 묻고 ‘파수꾼’처럼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어디서 치명적인 위험이 다가오는지 쉬지 않고 세상을 경계한다. 오직 생존만이 최우선의 과제인 존재들의 일차적 생존권을 잘 아는 자의 태도이자 삶에 대한 통찰력일 수 있다.”(출판사 배포자료 중)

그렇다고 시인에게 세상은 ‘경계’의 대상으로만 머무르지 않는다.

<딛는 발로 징 무늬를 그리며 징징징/내달릴 때마다/ 물 안의 세상도 징징 울렸을까//얼마나 많이 발길에 채였는지/ 물 안이 온통 멍 빛이다…> (‘소금쟁이’ 부분)

“초월하기 위해” 굳건히 발디뎌야한다는 주문이다.

<세상을 알려면/세상에 무릎을 대야 하고/거기서 한 발 더 넘어서려면/네 무릎의 옹이가 한 겹 더/네 안쪽을 향해 굽어져야 한다는 것을/그래야 너의 성난 뿔이/들이받을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을… >(‘염소의 힘’ 부분)

“요컨대 초월이나 구원은 너머를 꿈꾼다고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염소처럼 무릎에 옹이가 박히도록 지상에 매여있는 자가 되레 뿔의 힘을 얻는다.”(발문 중)

시집 ‘물밖에서 물을 가지고 놀았다’/김호균 /걷는 사람/130p/1만 원.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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