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에선 사냥하고, 동물원선 보호?

동물원에서만 보호하면 뭐하니. 멸종 위기의 호랑이.
동물원에서만 보호하면 뭐하니. 멸종 위기의 호랑이.

설마! 호랑이가 멸종위기동물이라고? 어느 동물원에 가도 언제든 볼 수 있는 게 호랑이잖아! 동물원 사람들은 호랑이는 새끼를 너무 많이 나서 애물단지라고들 하던데.

그래! 멸종위기라는 것도 맞고 동물원에 많다는 것도 비록 모순적이지만 맞는 말이야. 야생에서는 사람들에게 위험하다고 적으로 간주하고 모두 사냥해 거의 멸종시켜버렸고, 오직 갇힌 동물원에만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맹수들이라고 겨우 마리수를 유지하고 있지. 그런데 동물원에서도 관리가 잘 안되다 보니 서로 다른 아종끼리 마구 교배시켜 버린 탓에 도대체 어떤 종류의 호랑이인지 정확히 구별하기도 힘들어. 그리고 모든 동물들이 그런 것처럼 새끼 때는 정말 고양이처럼 귀엽지만 1년만 커버리면 맹수기 되는 이 위험한 동물을 좁은 우리에 어미들과 함께 둘 수도 없고, 다시 새로 집을 짓자니 돈이 많이 들고 해서 격리된 골방에 가두거나 여기저기 동물원에 거의 거저 분양하거나 하는 애물단지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

그 사정은 비교적 동물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벵골호랑이나 시베리아호랑이 다 마찬가지야. 지금까지 존재했던 호랑이 아종 9가지 중에서 카시피(페르시아, 히르카니아), 발리, 자바 호랑이는 이미 인간의 첨단 무기들에 의해 근 100년 안에 다 멸종해버렸어. 나머지 말레이, 인도차아나, 수마트라, 시베리아(백두산, 동북호, 아무르), 남중국(아모이), 벵골(인도) 호랑이만이 몇 마리 혹은 몇 백 마리씩만 살아남아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지. 그런데 이들 역시도 야생에 생존 중인 고유한 혈통을 유지하고 있는 개체들은 거의 전멸하여 모두 심각한 멸종위기 종으로 분류되고 있고, 아예 야생이든 동물원이든 살아있는 개체들은 모두 족보를 만들어 멸종만은 막으려는 연구들을 활발히 하고 있기도 해. 한국에도 이런 취지에 공감하는 한국범보존기금(savetiger.kr)이라는 조직이 만들어져 활동하고 있어.

군사 동원한 멸종 작전

우리나라도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에 걸쳐서 꾸준히 호랑이를 멸종시키기 위해 군사를 동원한 사냥을 해왔고 일제강점기 땐 정호(征虎)군이란 준군사조직까지 만들어서 늑대· 표범(점범), 호랑이(줄범), 곰을 비롯해서 맹수란 맹수는 모조리 사냥해서 해방 무렵에는 그 모습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게 만들었지. 조선이나 일본이나 유학이다 사무라이 정신이다 하면서 너무 인간 중심적으로만 살아왔기 때문이야.

호랑이가 없어진 산림은 사람들이 농장으로 개간하거나 관광지로 바로 만들어 버려서 오직 자연은 인간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곳처럼 변질되어 버렸지. 총을 든 군대를 동원해서 비겁하고 무자비하게 대량 학살을 자행해 놓고 그 후론 마치 자신들의 식민지인 양 영토화 해버린 거지. 자기 사람들끼리 잔혹한 무력으로 늘 하던 짓들을 우리 호랑이에게나 자연에게도 똑같이 적용해 버린 거야. 이래서 사람이 동물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이나 국민성을 알 수 있다는 말이 꼭 진리처럼 느껴지나 봐. 대 자연은 모두의 고향이자 모두의 어머니 같은 존재인데 그런 자연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유일하고 잔혹한 족속들은 오직 인간밖에 없지.

인간이 억지로 정복한 자연의 역습

그렇게 정복하면 짧게나마 자신들의 영토를 늘리고 일시적인 영화를 누릴 수 있을지 몰라도 자연은 억지로 변화를 시키면 반드시 되돌려 받게 되어있거든. 원시의 자연 속에 깊이 들어가 조용히 지내던 바이러스나 세균, 해충들이 갑자기 살 곳이 없어지면 밖으로 튀어나와 인간에게 무방비로 노출될 수도 있어. 에볼라, 메르스, 지카, 진드기매개 바이러스 질병 같은 현대에 갑자기 나타나는 신종 질병들이 바로 자연을 건드려서 튀어 나오게 된 것들이라고 해.

요즘 주목하는 인간의 이론 중에 ‘원헬스(one health)’라는 것이 있는데 자연과 동물이 인간의 건강과 밀접하게 하나로 연결돼 있단 말이야. 자연과 동물의 균형이 무너지면 인간도 무사할 수 없단 개념으로 새로운 질병 문제가 발생하면 생물학, 환경학, 의학, 수의학 등 다양한 학문분야가 모두 협력하여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해.

이미 도심에선 멧돼지나 고라니들이 호랑이 같은 상위 포식자가 없으니 자기들 마음대로 번식하고 날뛰다가 도로에 뛰어들고 사람까지 공격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잖아. 사람이 반려동물로 키우다 버려져 야생화 돼버린 고양이나 개들도 예전 조상인 삵이나 늑대처럼 언제든 야생으로 회귀해서 인간을 비롯한 그나마 조금 남아있는 나머지 야생동물들을 공격할는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

호랑이 사리진 야생의 질서

호랑이는 머지않은 옛날까지만 해도 산의 신, 산의 지배자 또는 산군님으로 불리며 신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어. 그만큼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을 갖추고 있었고 감히 어느 누구도 그의 영역에 함부로 들어갈 수도 없었고 사냥꾼조차도 천벌을 받는다고 산신을 죽이길 꺼려했었지. 사람들은 높은 산을 넘어야 할 때는 꼭 장정 열사람 이상이 모여서 함께 낮을 이용해 산을 넘었다고 해. 인도 호랑이 보호구역에 사는 주민들은 상징적이지만 호랑이가 무서워할 도깨비 가면을 머리 뒤에 쓰고 다니기도 한다고 해. 밀렵을 막는 순찰꾼들은 호랑이의 유일한 천적인 인도코끼리 위에 올라타고 호랑이가 출몰하는 구역의 순찰을 돌곤 하지.

그 만큼 호랑이는 뭐랄까 두려워하면서도 야생의 질서를 잘 잡아주는 그런 존재였지. 지금은 인간들이 모든 걸 지배하는 세상이니 자기들만 가장 강하고 자기들이 바로 신인지라 그런 영적인 존재들이 아마 필요가 없겠지. 만일 그런 존재가 남아있다면 없애기 바쁠 거야. 하지만 인간의 존재 기간은 지구의 오랜 역사시계에 견줘 보면 단 몇 초의 찰나에 불과하구 장담컨대 이렇게 끝없이 다른 종의 멸종을 부추긴다면 그들의 운명도 반드시 이 후 단 몇 초도 지나기 전에 끝나고 말거야. 제발 자신들의 소중한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지금부터라도 자기가 태어나서 살고 있고 대물려 주어야할 지구와 자연에 대한 고마움과 예의를 갖추어주길 바래.

혼자 잘 살게 아니라 모두 함께 잘 살자고 하는 게 결코 무리한 요구는 아니잖아? 우리 호랑이 역시도 우리의 오랜 전 조상인 검치호랑이처럼 가만히 놓아두어도 언젠가는 또 다른 모양의 자손을 남기고 자연스레 멸종하겠지. 단 인간의 간섭으로 인해 미처 새로운 자손을 만들기도 전에 멸종해 버리면 우린 영영 사라져 버리는 거지. 지구는 어느 한 동물도 오래도록 지배하게 가만 놓아두지를 않아. 마치 인간만이 혼자서 영원히 발전하고 살 것처럼 자기가 숨 쉬며 살고 있는 허파 같은 지구를 마음대로 훼손하는 것은 결국 자기 스스로 자기의 멸종을 재촉하는 자살 행위에 불과하지.

호랑이 새끼들.
호랑이 새끼들.

약육강식, 인간들의 못된 용어

우리 털가죽을 거실 바닥 깔개로 쓰고 우리 머리를 박제하여 벽에 걸어두고 자기 부와 권력을 과시하려하고, 우리 고기를 먹고 뼈까지 갈아서 연고로 쓰는 인간들을 보면 우린 거의 말문조차 막혀버려.

그렇게 우리가 밉고 무서운 걸까? 정정당당하게 싸우지 않고 총이라는 무기를 이용해 우리를 뒤에서 사냥해놓고도 죽여서까지 우리를 모독하는 행위는 만일 우리에게 혼이 있다면 정말 가만히 놓아두지 않을 거야. 그것도 그들의 똑똑한 말로 약육강식이라 하는 걸까? 약육강식은 인간이 만들어 낸 말이지 우리 동물들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잔인한 용어야. 호랑이들은 자기 체중에 절반 이상 되는 동물을 한번 사냥해먹으면 일주일 동안은 자기를 누가 일부러 괴롭히지만 않으면 재미삼아 함부로 누굴 해치거나 무분별한 사냥을 하지 않지. 우리는 살기 위해서만 최소한의 사냥을 하는 거야. 결코 우리가 남들보다 더 강하다고 약자를 괴롭히거나 마구잡이로 잡지는 않아. 그러니까 조금 강해졌다고 함부로 약자를 해치는 것은 오직 인간뿐이고 약육강식은 인간들의 아주 못된 용어란 말이지.

호랑이도 멸종하고 있고 사자도 거의 멸종해 가고 오직 인간과 가축들만 번창하는 이 세상이 정말 정상적인 세상일까? 한번 잘 생각해 보렴! 사람이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는 곳도 있어야 하고 그런 곳에서 새로운 생명들이 탄생하고 진화하여 새로이 지구의 생명력을 계속 유지해 나가는 거야.

그런 의미로 보면 생태계의 꼭짓점에 있는 우리 호랑이들은 지구의 낡은 생명을 정리하고 새 생명을 탄생시키게 하는 자연 조절자 역할을 부여받아 지금까지 쭉 해 왔다고 할 수도 있어! 우리의 멸종은 인간에게 단순한 하나의 사건이 될지 모르겠지만 하나의 종이 탄생하고 또 사라지는 것은 이 지구와 자연에선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라 거대하고 위험한 사건이지.

딱히 이론적으로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브라질 나비 한 마리의 날개 짓이 중국대륙에 폭풍을 불러 올 수 있다는 게 바로 인간들이 그 잘난 학문으로 배워 알고 있는 카오스(chaos)적인 자연의 이치 아니겠니?


호랑이 tiger , 虎狼

- 학명 Panthera tigris

- 분류 : 척추동물 > 포유강 > 식육목 > 고양이과 > 표범속

- 멸종위기 등급 : IUCN Red List 위기(EN), CITES 부속서Ⅰ 국내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 국가적색목록 지역절멸(RE)

- 야생개체 수 : 약 4,000마리(시베리아 호랑이 100마리 내외)

- 사는 곳 : 아시아(러시아, 인도, 중국 등)

- 수명 : 야생에서 약 13년, 사육 하에서 20년 정도

- 먹이 : 멧돼지, 사슴, 영양, 공작, 원숭이

- 출산 : 임신기간은 평균 113일이고, 한배에 보통 2~3마리를 낳는다.

퀴즈

1, 호랑이 9 아종 중에서 이미 멸종당한 종류는?

2. 우리나라에서 아무르표범과 백두산호랑이 복원 및 시베리아호랑이 보전을 위해 설립된 단체는?

3. 벵골호랑이와 시베리아 호랑이의 외형 차이는?

정답

1. 카스피, 자바, 발리 호랑이

2. 한국범보전기금

3.시베리아 호랑이가 체구가 더 크고 털이 길고 특히 꼬리털이 훨씬 두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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