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도시에 남은 사람들 많아…가게 열 터”
“생전 처음 쉬어보는 명절…솔직히 기대도 있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올 명절에도 고항 방문이 쉽지 않게 됐다. 한 구청이 도심에 설치한 현수막 문구. 고향 방문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올 명절에도 고항 방문이 쉽지 않게 됐다. 한 구청이 도심에 설치한 현수막 문구. 고향 방문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코로나19가 1년여 넘게 이어지면서 올해 설 명절도 전통 풍속인 가족 모임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방역 조치를 설 연휴 기간인 14일까지 연장한 때문이다. 거주공간이 다른 가족끼리 5인 이상 모임은 금지다. 사실상 고향 방문 자체를 하지 말라는 주문이다.

 가족 간의 왕래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모임 자제’ 권고 수준이었던 지난 명절보다 훨씬 강력한 거리두기, 달라질 명절 풍속도를 미리 살펴봤다.

 유치원 교사 송현정 씨는 작년 추석에 이어 이번 설에도 이동하지 않고 집에 머물기로 했다.

 그는 “아이들을 계속 만나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더욱 조심스럽다”며 “(부모님이) 서운해 하시겠지만 올 설에도 시가, 친정 양쪽 모두 찾아뵙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송 씨는 “솔직히 남편, 아이들과 편안히 쉴 수 있는 명절 연휴도 기대된다”며 “연휴 동안 음식도 하지 않고 치킨, 피자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배달시켜 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설 당일 양가 부모님께 영상통화로 세배를 드릴 계획”이라며 “용돈은 미리 계좌로 부쳐 드렸다”고 전했다.

 서구 상무동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박재한(가명) 씨는 며칠 전 가게 앞에 “설 연휴 정상 영업합니다”라는 푯말을 써 붙였다.

 그는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로 명절 때 집에 머무는 손님들이 많을 것 같다”며 “이들의 수요가 조금 있을 거 같아 가게 문을 열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계속되는 적자에 맘 편히 쉴 수도 없다”며 “차라리 연휴 때도 영업을 해 적자를 조금이라도 메꾸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연수 씨도 올 설에는 제주도 할머니 댁에 방문하지 않을 계획이다.

 이 씨는 “비행기 타는 것도 불안하고, 도민들에게도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 가지 않을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는 “할머니 댁에 가지 않고 알바를 할 예정”이라며 “명절 때 고향에 가는 친구들의 알바 대타를 해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매년 명절 음식을 만들던 며느리 장 모씨는 이번 명절 집합금지 조치를 환영했다.

 장 씨는 “매년 장거리 운전을 해서 시골에 가는 것도 힘들었는데 음식까지 해야 해서 명절이 오는 게 두려웠다”면서 “이번 명절은 집합금지 조치가 시행돼서 결혼 후 처음으로 쉬어보는 명절이다”고 말했다.

 이어 “명절 분위기를 즐겨본 적이 없어서 이번에는 명절 음식을 구매해 명절 분위기를 즐기고 싶다”면서 “집에 머무는 동안 그동안 손대지 못했던 집안 곳곳을 정리하면서 명절을 보낼 생각이다”고 말했다.

 헤어디자이너 정은경 씨는 이번 명절에 고향에 방문해 할머니와 친척들에게 염색과 파마를 해주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하지만 거리두기가 설 연휴 기간까지 연장되면서 약속을 지킬 수가 없게 됐다고.

 정 씨는 “친척들이 모이지 않기 때문에 할머니 혼자 계신다”면서 “할머니 댁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잠깐 들러 식사도 하고 용돈도 드리고 올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어 “할머니가 계실 때 꼭 머리를 해드리고 싶어서 이번 명절에 머리를 예쁘게 해주기로 약속을 했다”면서 “건강이 그리 좋지 않은 할머니가 혼자 계실 것을 생각하니 마음도 편치 않고 가족들을 대신해 홀로 다녀올 생각이다”고 전했다.

 한편 ‘5인 이상 집합’ 금지 의무를 어길 경우 감염병 관련 법류에 의거, 위반한 자에 대하여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정부는 위 조치에 대해 “가족·지인 간 모임을 통한 일상 감염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규모와 상관없이 최대한 모임을 자제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유새봄 김은유 기자 newbom@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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