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된 건물동 가동 중단 후 별다른 조치없어
일신방직은 고형화 작업 90% 완료 대조적

전남방직 노후 슬레이트 지붕.
전남방직 노후 슬레이트 지붕.

설립된지 50년이 지나고, 현재는 가동이 중단된 광주 북구 임동 전남방직 공장의 대규모 슬레이트 지붕이 1급 발암물질 석면가루 비산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주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맞붙어 있는 일신방직이 슬레이트 지붕 90%에 고형화(침투성 경화제를 이용해 석면의 날림을 막고 안정화하는) 작업을 마쳐 비산 위험을 감소시킨 것과 대조되는 조치다.

전남방직 임동공장은 부지 면적 15만 5600여㎡로, 공장 지붕 대부분이 슬레이트로 설치돼 있다. 슬레이트는 발암물질인 석면이 10~15% 함유된 건축자재다. 

전남방직과 일신방직의 석면가루 비산 문제는 인근 주민들로부터 꾸준히 민원 제기돼 왔다.

지난 2018년에는 임동 주민 4200여 명이 광주시에 “공장에서의 먼지, 석면가루 등이 주거환경을 해친다”며 공장 이전 등 해결방안을 촉구하는 서명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주민들 “재개발까지 위험·공포 견디라는거냐”
이에 일신방직은 주민들의 잇따른 민원과 북구청의 권고를 수용해 석면 슬레이트 지붕 고형화 작업을 90% 이상 마친 상태다.

반면 전남방직의 경우 현재까지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

임동 전남방직 일신방직 일대 위성 사진.
임동 전남방직 일신방직 일대 위성 사진. 일신방직은 고형화 처리를 마쳐 지붕이 하얗게 덧칠해진 상태다.

지난해 12월 전남·일신방직은 평동산단으로의 이전, 현 부지에서의 가동은 중단돼 있다.

현재는 공장 부지에 대한 개발 논의가 한창인데 주민들은 “석면가루 피해가 심해, 재개발이 이뤄지기 전까지 마냥 기다릴 수 없다”고 호소한다.

임동 주민 강전구 씨는 “집 슬레이트도 다 떼어내고 있다. 발암물질이랑 어떻게 같이 살겠냐”면서 “공장의 석면가루가 동네까지 날아올까 봐 걱정된다”고 전했다. 

이어 “재개발된다고 하더라도 언제 공사가 시작될지 모른다. 계속해서 위험에 노출돼 있을 수는 없다”며 “광주시는 신속히 해결방안을 마련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북구청 “농도 우려 수준 아냐…저감조치 권고”

전남방직 바로 앞 아파트에 거주하는 박충욱 씨도 “요즘같이 바람이 심할 때는 석면가루가 집 안까지 날아 들어올까 봐 걱정된다. 공장 면적도 넓어 그 양이 엄청날 것”이라며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것에 건강을 빼앗길까 매우 불안하다”고 말했다.  

최임봉 씨도 “이곳 주민들은 오래전부터 슬레이트 지붕 석면가루에 노출돼 있었다”며 “임시방편으로라도 페인트를 덧칠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북구청 관계자는 “해당 공장은 석면 관리 대상 건축물에 해당되지 않아 구청에서 슬레이트 지붕의 철거, 고형화 작업 등을 강제할 법적 권한이 없다”며 “다만 석면에 관한 저감 대책 마련을 지속적으로 권고했고, 일신방직은 이를 수용해  고형화 작업을 거의 마친 상태”라고 밝혔다.

또 “광주시가 지난달 31일 전남방직 부지 3곳에서 석면 농도를 측정한 결과, 1cc 당 0.005개 정도로 그 수치가 매우 낮게 나와 주민들이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며 “향후 도시 개발, 재개발 과정에서 슬레이트에 관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전남방직 관계자는 본보와 통화에서 "모르겠다"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한편 석면은 1급 발암물질로, 호흡기를 통해 유입해 흉막 등에 붙으면 10~40년의 잠복기를 거쳐 폐암 등 인체에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은유 기자 metaphor@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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