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속 사람들] ‘PEOPLE-19' 열아홉 사람이 겪은, 열아홉 코로나
1부 [인터뷰]‘코로나, 자영업을 덮치다’

학생운동단체인 전국학생행진이 만든 프로젝트 그룹 ‘Project People-19’가 최근 인터뷰집 ‘PEOPLE-19: 열아홉 사람이 겪은, 열아홉 가지 코로나, 그들을 이야기하다’를 세상에 내놓았다. 
‘Project People-19’는 지난 3월부터 코로나가 바꾸어놓은 모두의 삶을 들여다 보기 위해 발로 뛰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인터뷰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 언제 일을 그만둘지 모르는 특수고용노동자, 양육 부담이 더욱 커진 여성,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된 이주노동자, 심각한 과로와 감염 위험에 노출된 보건의료인과 콜센터 상담사, 거리로 쫓겨나고 있는 항공업계 사람들, 더욱 좁아진 취업문에 허덕이는 청년까지…. 
본보는 ‘Project People-19’가 진행한 19명의 인터뷰를 내용에 따라 4부에 나눠 연재한다. 코로나를 계기로 드러난 한국사회의 문제들에 주목하고, 그 이면의 구조적 원인을 들여다 보며,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자 하는 ‘Project People-19’의 요청에 부응함이다.     편집자주

코로나 19로 많은 일상이 비대면으로 전환되었다. 학교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에 대학강의가 비대면으로 전환되었고, 대학가 인구도 급속히 줄어들었다. 학교 주변 자영업자들은 어려움을 마주할 수 밖에 없었다. 주변 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원조차도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다. 프로젝트 <PEOPLE-19>은 대학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를 만났다. 

-자기 소개와 식당 자영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항상 손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전남대 근처에서 알밥집 ‘알촌’ 전남대점을 운영하고 있는 사장입니다. 저는 직장생활을 거쳐 제약회사 영업, 렌터카 영업을 했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기회를 얻어서 하고 있었던 자영업을 정리하고 알촌 전남대점을 인수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 식당을 18년도부터 운영해 왔으니 벌써 경력이 4년 정도 되었군요. 

-코로나 이후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가게의 운영 시간이 불규칙해진 경우가 많다고 들었어요. 코로나 이전과 비교했을 때 ‘알촌’의 영업시간은 어떻게 변화했나요?

△저희 가게의 영업시간은 학교가 운영(시간)과 비슷한 경우가 많아요. 코로나 이전에는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도 식사하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학교 주변에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저희 가게에도 아침, 저녁 손님이 거의 없습니다. 손님이 없다 보니 마감 시간이 8시 반~9시에서 6시 반~7시 정도로 줄어든 것 같아요. 그래서 코로나 전과는 완전히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영업시간 외에 영업 준비 시간에도 변화했는데요. 영업 준비 시간은 오히려 더 늘어났어요. 기존에 알바를 하던 친구들을 지금은 인건비 때문에 못 써서 오픈부터 마감까지 제가 전부 해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마감 후 뒷정리를 3명이 하다가 혼자 하다 보니까 1시간 안에 끝날 일이 2시간~2시간 반 정도로 길어진 것 같아요. 한마디로 손님은 안 오는데 늦게까지 정리는 해야 하는 상황인 거죠. 

- 코로나 19 상황이 장기화되며 근무 시간 외에도 여러 분야에서 상당한 피해를 겪으실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를 겪으셨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일단 마스크를 계속 쓰고 불 앞에서 장시간 일하다 보니 겨울은 괜찮은데 여름에는 숨이 막힙니다. 감염 위험이 있어 어쩔 수 없다는 건 알지만 일을 하다 보면 전보다는 쉽게 지치는 경향이 있죠. 그런데 사실상 가장 큰 피해는 매출 문제입니다. 저희 가게는 현재 코로나 전보다 매출이 50%로 줄었어요. 올해는 작년에 비해 괜찮아지긴 했습니다만, 고정적인 지출비용은 그대로인데 수입이 늘어나지 않아서요. 상황이 장기화되다 보니 이곳저곳에서 빌려 쓰거나 다른 지출을 줄이려 하죠.

-가게 운영상 가장 부담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식자재비 부분이죠. 식자재비 부분은 고정적인 금액인데 현재 계란이나 야채, 쌀값을 포함해서 모든 식자재 가격이 다 올랐어요. 고정적인 금액이 늘어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저희 식당 메뉴 가격은 그대로예요. 수입이 확연히 감소 된 거예요. 그런 부분에선 손해 보고 간다고는 생각하지만, 부담이 확 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리고 식자재를 일정량 구비를 해두었을 때, 장사가 잘되면 원활하게 재료들을 소비할 수 있는데 장사가 안되면 냉장고 안에 식자재를 쌓아놓거나 버릴 수밖에 없는 문제도 큽니다.
손님들께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분에서는 어려운 점이 있었는데요. 테이블 거리 두기를 지켜야 하다 보니 전보다는 손님들을 위한 자리를 확보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자리가 나기까지 계속 기다리다가 나가시는 손님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손님들이 코로나 감염 위험을 걱정하여 근처에 사람이 앉게 되면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코로나 확산 전보다는 받을 수 있는 손님의 수가 확 적어졌죠.
뿐만 아니라, 코로나 감염에 대한 위험도 느끼고 있어요. 손님들이 방문 명단을 쓰고 손 소독을 한다 해도 불특정 다수이기 때문에 걱정이 있습니다. 제가 학교 주변에서 자영업을 하는 사람이다 보니 학교 안에서 확진자가 1명씩 나올 때마다 겁이 나요. 혹시라도 우리 가게에 확진자가 방문했으면 최소 하루 이틀 방역 문제 때문에 문을 닫아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생각보다 발생하는 수입 문제가 크거든요. ‘하루 이틀 문 닫고 나중에 장사하면 되지 않느냐?’ 하실 수도 있는데 오로지 수입원이 식당밖에 없어서 하루 이틀 닫으면 무척 힘이 드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집에 어린아이들도 있으니까 감염 걱정도 있고요.

- 이렇게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을 위해 정부에서는 여러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4차 재난지원금‘이나 ’햇살론‘이 대표적인 예시인데 이런 것들을 이용해보신 적 있나요?

△이용해본 적 있죠. 소상공인 버팀목 자금 플러스 같은 경우는 업종에 따라 100만 원~300만 원 정도 나와요. 많다고 생각하면 많은 돈이고 적다고 생각하면 적은 돈이긴 하지만, 임대료나 거래처 대금 결제 등 급한 불을 끄기에는 큰 도움이 되긴 하죠. 그런데 지속적인 지원금이 아니기 때문에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 속 오아시스’처럼 문제를 잠깐 덮어주는 느낌이에요. 물론 지원금은 제가 직접 번 돈이 아니고 세금에서 나오기 때문에 내가 힘드니까 돈을 계속 바라는 건 양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운영 햇수와 매출 증감 등 여러 기준을 따지기 때문에 같은 자영업자라도 금액적인 부분에 차이가 있어 이런 점에 대한 불만이 있긴 하죠. (‘4차 재난지원금-소상공인 버팀목 자금 플러스’은 ‘집합 금지 연장, 집합 금지 완화, 집합 제한, 경영 위기, 매출 감소’(변경 후)라는 5가지의 지원 대상 기준에 따라 자영업자마다 금액이 다르게 지급되었다.)
그리고 제게 일차적인 버팀목은 대출상품이었어요. 전 광주광역시에서 실행했던 ‘무담보, 무이자, 무보증 융자 특별정책’(광주광역시 주관, 최대 7000만 원 한도 내에서 광주 내 소상공인에게 일정 금액을 융자해주고 1년간 대출 이자를 지원하는 특례 융자 정책이다. 대출 기간은 5년 분할 상환으로 광주신용보증재단에서 무담보로 융자받을 수 있었다)을 이용했었습니다. 이 정책으로 광주광역시가 적게는 1000만 원에서 많게는 5000만 원까지 자영업자에게 대출해주었어요. 그런데 이 상품이 계속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빨리 신청한 사람들만 여유 있게 받을 수 있었고 소진이 되면 종료되는 상품이었어요. 그리고 무이자가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 이자를 1년 동안 광주광역시에서 지원해주고 1년이 지나면 소상공인이 내야 한다는 부담도 었어고요. 자영업자 입장에서도 (1년 안에) 빨리 갚아버리고 싶지만, 벌이가 안 돼서 대출금을 못 갚는 상황도 있거든요. 그렇게 되면 또 대출을 받는 상황이 와서 이자와 원금이 계속 늘어난 겁니다. 결론적으로 이 지원 정책을 이용하고 느낀 건 급한 불을 껐으니까 고맙긴 한데 일반 대출상품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이 이 정책에서도 나타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자영업자 지원 정책이 괜찮은 부분도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막기는 힘들다는 생각이 가장 크게 들어요. 현재 재난지원금은 5차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사실 정부가 지원금을 언제까지 줄 수 있는지는 모호해요. 자영업자 입장에서도 안 받는 것보다는 낫긴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고요. 정부도 소상공인도 상황이 장기화될수록 서로 힘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상생 카드는 초창기에 정부가 전 국민한테 10~20만 원씩 주는 거였는데요. 학생들이 많이 사용했어요. 보통 음식을 집에서 해 먹던 친구들도 밖에서 밥 먹는 일이 늘어났으니까 학생들뿐만 아니라 저희 가게에도 도움이 됐죠. 공공배달앱(대표적으로 서울시의 공공 배달앱 서비스는 중소 민간 배달 업체와 함께 협력하여 만들어졌다. 공공 배달앱 서비스를 통해서는 점포가 부담하는 배달 수수료가 약 2% 정도로 줄어든다. 광주광역시에서는 광주형 공공 배달 앱인 ‘위메프오’가 4/1일부터 운영되고 있다) 에 관해서는 경기도 쪽에서 시행되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요, 우리 지역 공공배달앱은 아직 피부로 와 닿진 않네요. 

-코로나로 인해 소비자들의 배달앱 사용 많이 늘었고, 많은 자영업자가 배달앱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사장님께서도 앱을 자주 이용하실 것 같은데 혹시 난점도 있나요?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배달앱 업체를 이용할 때, 주문 1건 당 들어가는 라이더 고용 비용(배달 비용)도 크게 든다는 어려움이 있죠. 보통 배달 비용은 배달앱 업체가 아니라 자영업자와 소비자가 함께 부담하는데, 코로나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원래는 라이더를 2500~3000원이면 보냈던 걸 3300~3800원으로 금액이 늘어났어요.
간혹 상품을 주문했을 때, 배달비가 무료인 경우도 있잖아요? 이럴 때는 자영업자가 배달비를 전부 부담해요. 보통 다른 가게와 경쟁할 때 차이를 둬야 하는 부분이 서비스와 배송료에요. 만약 배달 비용을 함께 부담하게 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본적인 결제 금액이 올라가기 때문에 저희 가게의 서비스를 다른 경쟁업체들과 비교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자영업자분이 배송료를 무료로 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이 배송료 무료라는 서비스는 자영업자들에게 큰 부담일 수밖에 없어요. 예를 들어 만 원 정도 하는 상품을 ‘배달비(라이더 비용) 무료’로 소비자한테 판매한다고 했을 때, 배달비를 3500~4500원으로 잡으면 6000원 정도 남아요. 남는 금액에서 식자재 값이나 포장 용기 값처럼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을 빼면 실제로 일반 가게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거의 없다시피 하는 거예요. 이런 부분에서 딜레마를 많이 느끼죠. 

또 배달앱을 이용하면서 사실 리뷰나 별점 같은 부분이 좀 겁나요. 예를 들어 치킨집을 한다 하더라도 리뷰가 안 좋게 올라오면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리잖아요? 과거에는 입에서 입으로 소문을 전했다면 지금은 리뷰 하나만 보고도 맛이 안 좋다는 걸 알게 되면 손님들이 떠나가니까요.

-그렇다면 코로나 19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지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자영업자들이 각자 처한 입장에 따라 다를 거 같아요. 전남대 근처에서 장사하는 제 입장으로는 아무래도 학교가 정상적으로 수업했으면 좋겠다는 점이 가장 크죠. 사실 하루에 사람이 한두 명만 저희 가게온다고 하면, 어떤 지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하기 어려워요. 하지만 오늘 30만 원 벌어도 사람들이 자주 왔다 갔다 하면 내일 40~50만 원 벌 거라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있으니까요. 
물론 광주도 20명씩 나오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학교에서 대면 수업을 해라’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언젠가는 학교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거로 생각합니다. 지금은 상황이 작년보단 나아져서 다행이긴 해도 여전히 피부로 와 닿진 않으니까 좀 안타깝죠.

-마지막으로 책을 읽을 독자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지금까지 잘 버텼으니까 좀만 더 버텨봅시다! 서로 힘든 상황이지만 차차 좋아질 테니 같이 힘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및 필자: ‘프로젝트팀 PEOPLE-19’ 김유빈 권예진 남진희 문예린 송진아 이형호 정무빈

본 기사는 Project People-19 인터뷰집 ‘PEOPLE-19: 열아홉 사람이 겪은, 열아홉 가지 코로나, 그들을 이야기하다’의 일부입니다. Project People-19의 활동은 텀블벅을 통해 후원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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