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없이 죽어간 브로크공 시민군 이정모' 발간 펀딩
이해모 작가 "극단적 선택 48명 해원의 빗장 열고파"

국립5.18묘지에 안장된 형 이정모 씨 묘지 앞에 앉은 이해모씨. 최성욱 감독 제작 텀블벅 펀딩용 영상 중에서
국립5.18묘지에 안장된 형 이정모 씨 묘지 앞에 앉은 이해모씨. 최성욱 감독 제작 텀블벅 펀딩용 영상 중에서

 올해로 5·18광주민주화운동 42주년이다. 최초 발포 명령 등 진상 규명과 실종자 찾기 등 미완의 과제가 여전한 가운데, 극단적 선택으로 삶을 마감한 5·18피해자들을 기록한 책이 준비되고 있어 주목된다.

 `이름없이 죽어간 브로크공 오월시민군 이정모’라는 제목이다. `이정모’라는 이름엔 같은 처지에 따른 고통으로 스스로 삶은 지운 피해자 48명이 투영돼 있다.

 이 책 `…오월시민군 이정모’의 집필자는 이해모 씨(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 공익활동가)로, 이정모 씨의 동생이다. 그는 “5월 발간되는 `…오월시민군 이정모’라는 책이 다른 분들의 이야기도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는 마중물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48명의 진정한 해원(解寃)의 빗장을 열어드리고 싶다”는 집필 동기를 밝혔다. 이 씨는 이번 작업을 518명의 마음을 모은 펀딩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 자세한 사항은 텀블벅(http://tumblbug.com) 에서 확인할 수 있다.

 2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해모 작가는 “1980년 오월은 기억하나, 실상 기억하지 못했던 시간이 더 길었다”면서 “오월 그날은 같은 아픔을 지닌 또 다른 사람들의 얼굴인데, 이 글을 쓴다고 상흔이 지워지지는 않겠지만 쓰지 않을 수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 책의 주인공 `이정모’는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오월시민군으로 활동했으며, 이런 이유로 누구보다도 처참한 질곡에 처했다. 이해모 작가는 40여 년 전의 형의 흔적을 더듬다가 그 시대 또 다른 `이정모’들의 마음까지 보듬어 이 책에 담았다.

출판 기념회 안내 포스터
출판 기념회 안내 포스터

 이 책은 5·18민주화운동 이후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5·18피해자’ 이야기다. 주인공 `이정모’는 1984년 12월 5일 차디찬 여인숙 골방에서 약을 먹고 생을 마감했다. `나는 폭도가 아니다’, `나는 불순분자가 아니다’, `나는 범죄자가 아니다’는 절규와 함께.

 남겨진 가족 이해모 씨는 `왜, 형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가?’, `무엇이 형을 죽음으로 내몰았는가?’, `전두환 반란군부의 정당하지 못한 폭력으로 개인과 가족은 어떻게 파편화 되었는가?’ 라는 문제 의식 속에서 형의 생애사를 정리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정모 씨는 브로크공 노동자로 생활하다 1980년 5월 광주의 참상을 목격했다. 당시 광주시민 누구나 그러했듯이 그 역시 자발적으로 시민군에 합류했다. 그리고 5월 28일 아침, 계엄군에 붙들려 상무대 영창에 수감됐다. 영창에서 그는 강제로 `진술서’, `자술서’, `심문조서’ 등을 작성했고, 온갖 고문과 구타, 그리고 억압 속에서 재판을 받았다. 이후 5개월 수감 생활 끝에 1980년 10월 24일 석방됐다.

 그는 고문 후유증과 타인의 시선에 대한 극심한 트라우마로 고통받다가 1984년 12월 5일 전남대병원 맞은편 여인숙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31살이었다.

 1980년 5월 이후 형과 같은 처지에서 스스로 삶은 지운 이가 48명이나 된다. 이해모 작가는 “이 책이 그 가족들을 참된 해원으로 이끄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또 “오월광주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교과서로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면서 “이 책이 `오월의 전국화·세계화’에 일조할 수 있다면 더없이 큰 기쁨이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수많은 `정모 형’들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이야 말로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 생각했다”면서 “불의와 폭력, 그리고 억압의 고통 속 어쩔 수 없이 세상을 등져야 했던 사람들을 진실로 이해하고 어루만져 주고 싶다”고 했다.

 끝으로 “1980년 5·18민주화운동엔 당시 학생이나 하층 노동자 등 보통 사람들이 많이 참여했는데, 이들의 이야기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면서 “5월 발간되는 `이름없이 죽어간 브로크공 오월시민군 이정모’가 다른 분들의 이야기도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름없이 죽어간 브로크공 오월시민군 이정모’ 책 발간은 올해 42주년을 맞은 5·18민주화운동과 연계해 518명의 마음을 모은 펀딩으로 진행한다. 펀딩으로 모인 금액은 디자인, 아티스트 작품, 출판 인쇄 등 비용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아울러 추가된 비용으론 출판 부수를 늘려 전국의 작은도서관 등에 배포할 계획이다. 펀딩과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텀블벅(http://tumblbug.com) 에서 확인할 수 있다.

 권영웅 기자 nicev@gjdrem.co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