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부남 법률위원장 선임 등 `친명’ 줄세우기 지적
대표 취임 후 첫 일정 호남서 검·경 각세우기 치중

1일 오후 김대중컨벤션센터 컨벤션홀에서 열린  '더 나은 민주당' 만들기 타운홀 미팅에 참석한 이재명 대표. 더불어민주당 제공.
1일 오후 김대중컨벤션센터 컨벤션홀에서 열린  '더 나은 민주당' 만들기 타운홀 미팅에 참석한 이재명 대표. 더불어민주당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취임 후 첫 현장 일정으로 광주를 택하며 또다시 민심 되돌리기에 나섰다. 이 대표는 1박 2일 일정으로 타운홀 미팅, 국립5·18민주묘지 참배, 광주 현장 최고위원회의, 명절 상차림 물가점검 전통시장 방문, 전통시장 상인회 오찬 간담회 등에 나서며 광주 시민들과 만남을 가지는 동시에 더불어민주당의 호남 정신을 강조했다.

 하지만 광주·전남이 바라본 더불어민주당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허심탄회하게 경청하겠다던 이재명 대표의 청사진과는 달리 정작 그와 최고위원들의 행보에서는 `친명 줄세우기’와 `이재명 지키기’가 도드라졌다.

 이 대표는 광주를 비롯한 호남에 대한 사과와 약속을 앞세웠지만 실상은 양부남 전 고검장을 전면에 내세운 `친명’ 줄세우기에 몰두했고, 최고위원들 역시 광주 정신을 앞세웠지만 당대표 수호와 윤석열 정권 공격에 힘을 쏟았다. 호남에 대한 메시지는 그저 `추신’일 뿐이어서, “주객이 전도됐다”는 지적을 불렀다.

 이 대표는 1일 오후 김대중컨벤션센터 컨벤션홀에서 `더 나은 민주당’ 만들기 타운홀 미팅을 열고 광주 시민들과 만났다. 이날 타운홀 미팅은 이 대표가 단상에 홀로 자리해 시민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하지만 시민들의 질문이 나오기도 전부터 `줄세우기’의 향연이 시작됐다.

 이날 행사 진행자는 “손님으로 오신 몇 분만 소개하겠다”며 조정식 사무총장과 박성준 대변인을 소개하고, 이내 “계획에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며 장경태 최고위원과 박찬대 최고위원, 서영교 최고위원을 소개했다. 이들은 모두 지난 전당대회부터 `친명’으로 분류되던 의원들이다.

 이 대표 역시 `친명’ 챙기기에 몰두했다. 이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이병훈 광주시당위원장과 이형석 국회의원을 소개한 후 “우리 당에 지금도 생기고 있는 온갖 법률적 문제에 잘 대응해주셨던, 그리고 앞으로도 아마 큰 역할을 해주셔야될 양부남 전 고검장님”이라며 양 전 고검장을 치켜세웠다.

 곧 이어진 “사실 오늘 의원님들은 안 오시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며 “민주당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해주시고, 민주당이 이랬으면 좋겠다하는 말씀들을 듣는 자리로 만들었는데 몇 분 오셨지만 안 계신 것으로 치고 허심탄회하게 여러분들의 말씀을 듣고 싶다”는 발언과 대비되는 행동이었다.

 “광주군공항 이전 특별법으로 정부 지원”

 양 전 고검장이 광주 서구을 지역위원장에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에 더 논란이 될만한 발언이었다. 양 전 고검장은 지난 6월 지역위원장직에 공모한 바 있다. 그러나 서구을이 사고위원회로 지정되고, 새 지도부 선출과 맞물리면서 선출 자체가 연기된 바 있다.

 2일 오전 김대중컨벤션센터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광주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광주의 현안에 대해 들여다보고 민심에 대한 피드백보다 최고위원들의 `친명’ 줄서기가 노골적이었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김대중 대통령께서 평소에 강조하신 바가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의 조화”라며 “실용적 민생 개혁이라고 하는 길로 확실하게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김대중 정신을 되새겼다.

 이어 “지금 윤석열 정부에서 지역균형발전의 과제가 계속 후순위로 밀리고 퇴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전반적인 양극화 완화와 서민 경제 지원이라고 하는 데에서도 퇴행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지역균형발전은 더 심각한 문제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지역 간 균형이라는 차원에서 우리 정부가 특별법으로 가덕신공항에 재정지원을 하는 것처럼 광주공항 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특별법으로 정부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말씀을 대선 때도 드렸고 이번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도 드렸다”며 “그 약속을 저희가 분명히 지키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또한 “제가 광주 말씀을 자주 드립니다만 광주는 더불어민주당의 어머니와 같은 존재”라며 “민주당의 모태이고 본거라고 할 수 있는 광주와 전남의 많은 시·도민 여러분들의 어려움을 해결해나가는 것에 더해서, 진심으로 존중하고 경청하면서 시·도민들께서 원하는 바대로 민주당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확실하게 책임져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호남 민심을 달랬다.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은 충성 경쟁?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 언급과 `친명’ 챙기기를 최대한 피하는 모습이었지만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 최고위원들의 모두발언은 `이재명 지키기’ 일색이었다. 박 원내대표와 최고위원들은 광주 또는 호남에 대한 짤막한 언급으로 모두발언을 시작해 윤석열 정부 공격으로 마무리했다. 모두 같은 기승전결을 보여줬다.

 박 원내대표는 “광주군공항 이전 문제는 오랜 숙원 사업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만큼 확실히 뒷받침하겠다”며 “전국 상생형 일자리를 이끈 광주형 일자리처럼 반도체 특화 단지 조성 지원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내 “국정이 아니라 사정이 목적이었던 검찰총장 출신의 대통령의 속내가 명백해졌다”며 “정치검찰이라는 윤석열 정권의 호위무사를 이용해 제1야당 당대표를 소환하겠다는 사상 초유의 일을 정기국회 첫날에 발표했다. 이재명 대표가 직을 맡은 지 불과 나흘 만의 일이다”라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날을 세웠다.

 `비명’으로 분류되는 고민정 최고위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고 최고위원은 “오늘 아침 국립5·18민주묘지를 다녀왔다. 그 곳에 계신 우리 민주열사들께서는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최소한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고자 하는 그런 마음들로 교훈을 주고 계시는 거라 생각이 든다”고 입을 열었으나 이내 “정경심 교수의 형집행정지가 불허가된 상태인데 어제 한동훈 장관은 수술과 치료 계획 같은 구체성이 떨어져서 보류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씀을 하셨다. 현재 감옥에 있는 사람한테 어떻게 수술계획서를 받아오라는 건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을 계속해서 요구하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특징인지 모르겠다”며 공격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의 모두발언은 5·18 정신을 빌려 경찰과 검찰을 향해 날을 세웠다. 서 최고위원은 “더불어민주당의 심장 광주에 왔다. 광주는 전두환과 맞짱을 떴고 끝내 전두환을 무너뜨렸다”면서 “그때 전두환과 같이 윤석열 정부는 경찰국을 설치하고 경찰국장에 밀정, 프락치 의혹이 있는 사람을 앉혀 놓고 그 경찰을 통제해서 국민을 통제하고 야당을 정치적으로 탄압하고 있다. 경찰도 정신차려야한다. 검찰도 정신차려야한다”며 모두발언했다.

 광주가, 호남이 기대했던 호남 인사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만으로 종료된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 앞서 “아주 오랜 시간을 경찰과 검찰을 총동원해서 이재명을 잡아보겠다고 하셨는데 결국 말꼬투리 하나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허위사실유포라는 혐의에 대해서 어떻게 보면 정치 보복, 야당 탄압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여러분께서 한 번 판단해보십시오”라는 답변과 함께 회의장을 떠났다.

 법률위원장 선임 발표 직후 설익은 브리핑

 이 대표가 회의장을 떠난 직후 박성준 대변인이 브리핑을 자처했고, 가장 먼저 나온 내용은 이 대표의 답변에 대한 부가 설명이 아닌 지도부 인선 소식이었다. 박 대변인은 안호영 수석대변인과 임오경 대변인, 김의겸 대변인, 문진석 전략기획위원장, 김승원 법률위원장, 양부남 법률위원장, 김윤덕 특보단장의 임명 소식을 급히 알렸고 이후 양 법률위원장과 함께 질문에 답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타운홀 미팅에 앞서 “앞으로 큰 역할을 해주셔야할 분”이라고 소개한지 하루 만이었다.

 하지만 박 대변인과 양 법률위원장 간 불협화음이 이어졌다. 이 대표의 검찰 출석 여부와 조사 준비 상황을 묻는 질문에 양 법률위원장이 “출석하실겁니다. 출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라고 확답했다. 그러나 박 대변인이 황급히 “내부적으로 논의중이고 양 위원장님께서 가능성에 대해 얘기하셨지만 불출석 가능성도 매우 크다”고 수습했다. 양 법률위원장 역시 “제 생각이었다”며 “일반적으로 소환했을 때 상황에 대해서 제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린 것이고 당과 상의된 게 없다”고 덧붙였다.

 준비되지 않은 `친명’ 인사라는 의혹이 제기될만한 상황이었다. 인선 소식이 발표된지 1분도 지나지 않아 브리핑에 등장하고, 조율되지 않은 발언이 이어지며 `자격’자체에 대한 불신을 자초하는 상황이 됐다. 이번 더불어민주당의 광주 일정은 광주시민들의 마음을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저 줄세우기와 줄서기, 당대표 지키기에만 몰두하는 모습으로 오히려 더 실망만 가중시킨 채 서울행 KTX에 올랐다.

 한규빈 기자 gangstar@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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