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공동번영 위한 `한반도 평화’라는 조건

한반도와 북방. 유라시아네트워크.
한반도와 북방. 유라시아네트워크.

 대전환기에 국제적으로 새로운 질서가 재편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세계의 지배권을 놓고 전쟁 중이며, 동북아시아의 갈등이 높아지고 있다. 유럽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지속되고 있으며, 유럽연합은 분열에 대응하느라 난관을 겪고 있다.

 세계는 바야흐로 지정학적 냉전에 접어들어 국제사회는 갈등과 대립이 점점 확산되고 자국의 이익만을 앞세우고 있으며, 불확실성과 위험이 커지고 있다. 현재의 가장 큰 글로벌 이슈인 코로나19 팬데믹이 이를 반증한다.

 세계의 강대국들은 서로에게 책임만 떠넘길 뿐 어디에도 글로벌 문제를 공동으로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도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이 위기를 새로운 가치관과 삶의 방식을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도록 변화가 필요로 할 때이다.

 한반도의 상황은 여전히 꽉 막혀 있다. 한반도의 운명은 구한말 열강들의 지정학적 게임 속에서 결정됐다. 그 이후에도 한반도의 중요한 고비마다 우리의 의지와 무관한 강대국들의 지정학적 구도가 작동했다. 아직 평화체제마저 구축하지 못한 한반도에 갈수록 날카로워지는 강대국들의 지정학적 대립 구도가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패권을 위한 새로운 동아시아 전략을 수립했으나, 대북정책은 북한의 핵능력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만 초래했던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전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 전체의 세력 균형 관점에서 한반도 전략을 재검토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신냉전의 구도하에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미국의 국익을 증대시킨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반도 적대적 분단 해소 평화체제 정립 과제로

 중국은 마오쩌둥 중공시대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을 거쳐 지난 제20차 당대회를 통해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 1인체제가 본격 출범했다.

 중국은 지금까지와 다른 이념이나 가치보다 민족의 이익을 앞세우며 권위주의적 경향을 정당화하면서 통제를 강화할 것이며, 국제사회에서 자민족 부흥의 의지를 여과 없이 드러내며 중국 중심의 새로운 질서 재편을 꾀하고 있다. 이른바 `중국몽(中國夢)’의 실현이다. 이러한 대전환기에 한국은 국제사회에 더 능동적으로 관여해 국가이익 실현의 유리한 구도를 창출해야 한다.

 지금, 한반도는 남북 관계가 중단되고 군사적 대립은 물론이고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하는 등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다. 경우에 따라 또다시 과거처럼 한반도의 의지와 관계없이 파멸적 분쟁에 휘말릴 수도 있다. 현 시점에서 한반도에 가장 중요한 과제는 적대적 분단을 해소하고 평화체제를 정립하는 것이다.

 정작 강대국들은 현실적 이익을 위해 전략을 구사하는데 왜 한반도는 현실적 이익이 아닌 이념적 반목과 역사적 질곡에 갇혀 있는가? 이제는 한반도도 냉철하게 우리에게 최선의 이익이 무엇인가를 인식하고, 그 이익을 위해 남북한이 관계를 맺고, 나아가 동아시아에서 미중간의 이익이 대립하는 다른 지역과 연대해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

 21세기 동북아시아는 공동번영을 위한 협력의 출발점에 서 있다. 작금의 대전환 시대는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이다.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과 러시아의 신동방정책은 한반도경제권과의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장기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동북아시아의 경제문화협력을 통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남북경제를 하나로 묶어서 북방대륙으로 진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것을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적용해보면 역사적, 지정학적으로 21세기 동북아시아의 미래는 한반도의 분단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당면과제라 할 수 있다. 즉 한반도에서의 평화와 번영은 곧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촉진할 것이며, 세계평화로 이어질 것이다. 이제 우리는 분단을 넘어 상호 공존하는 미래를 위해 적대적 관계를 협력적·동반자적 관계로 전환하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한반도는 공존과 평화체제를 구축하는데 적대적 분단 상황을 해소하고 남북관계 개선과 교류협력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실천해나가야 한다.

 글로벌시대의 주역이 되겠다는 거대 담론은 유행하고 있지만 우리에게 과연 국가의 장래에 대한 대전략이 있는가 하는 지적과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국민들이 공감하고 우리의 의지와 힘을 합해 추진할 거시적이고 전략적인 목표, 구체적인 방법, 프로그램은 여전히 부재하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동북아에서 역할의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 우리의 국제적 위상은 역사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외교·안보와 경제통상을 포함한 한국의 대외전략이 전통적 틀에 머무른 안온한 시대는 지나갔다. 우리가 직면한 국제사회의 변화는 한국의 대외전략에 새로운 도전인 바, 국가적 위상에 부합하는 새로운 사고로 이를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 과대평가하여 강대국의 역할을 자임할 필요는 없지만 우울한 과거의 덫에 갇혀 있을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설계하고 개척할 물적·정신적 토대를 가지고 있으며, 블루 오션은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환황해·환동해 아우르는 지정학적 가치

 한반도의 평화통일은 우리의 선택사항이 아니며, 우리의 역사적인 과제이고 숙명이다.

 그 가능성을 동북아시아 평화공동체에서 찾아야 한다. 궁극적으로 대륙과 연계된 한반도가 환동해권과 환황해권을 아우르는 네트워크의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게 될 때, 즉 한반도가 동북아의 중앙에서 동해와 황해를 아우르며 지중해의 중심과 같은 위치를 찾아갈 때 평화통일의 지정학은 완성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운명을 새로운 시각에서 해석하고 한반도를 강대국 정치가 충돌하는 비극의 무대가 아니라 평화와 번영의 장으로 거듭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담대한 상상력과 전략적 사고, 이를 뒷받침할 국민적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정영재(북방경제문화원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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