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현장] 기초수급자 “외부에서 지원받기 위해 필수 서류”
병원측 “치료 예측 불허…추정치 엇나갈 가능성”
발급비도 부담…“수급비 월 60만 원인데 서류비 7만원”
사회적 약자 비급여 지원 확대 “필요해” “부담 커” 팽팽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닌 환자의 진료비 계산서에 급여 항목과 비급여 항목이 나뉘어져 있다. 독자 제공.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닌 환자의 진료비 계산서에 급여 항목과 비급여 항목이 나뉘어져 있다. 독자 제공.

 기초생활수급자가 부담스런 의료비를 외부에서 지원받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게 ‘치료비 추정서’다. 사회복지법인 등 지원기관이 치료비를 미리 가늠해보기 위함인데, 문제는 의료기관이 발급을 부담스러워한다는 현실이다. 병원측에선 치료 약재나 과정이 천차만별이어서 추정치가 빗나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꺼리지만, 생계 곤란 등으로 지원이 필요한 이들에겐 이 자체로 지원이 막힐 수 있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혹 발급이 이뤄진다고 해도 발급비용 또한 만만치 않아 부담을 가중시킨다.

 기초생활수급자와 병원 사이에서 의료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을 두고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9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의 한 복지관 사회복지사와 조선대학교 치과병원 간 서류 발급을 두고 다툼이 일었다.

 사회복지사 A(실명 밝히기를 꺼려함)씨는 “복지관을 이용하는 한 청소년이 최근 조대 치과병원에서 ‘치료비 추정서’ 발급을 요청했으나, 병원 측에서는 이를 거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들은 의료 지원 서비스를 받기 전에 의료비용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자료인 ‘치료비 추정서’와 ‘진단서’를 제출해야 한다.

 치료비 추정서 발급을 거부당하면 사회복지법인, 정부 기관 등에서 제공하는 의료 지원금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병원 측에선 간단치 않은 문제라고 난색을 표한다. “수술 등 치료 과정에서 필요한 약재나 치료재료의 사용량이 예상치 못하게 늘어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치료비 추정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때문에 병원에서는 발급 자체를 꺼려 하거나 즉시 발급이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이와 사회복지사 A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수술 날짜도 잡혔고, 어떤 수술인지도 다 알고 있을뿐더러 이미 임상실험도 많이 했던 수술일 텐데 청구서를 발급 안 해주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조선대 치과병원 관계자는 “거부한 것이 아니라 수술비와 병실 사용료 등을 추정하기 힘들고, 금액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서 치료비 추정서를 즉시 써주지 않았던 것이다”며 “우선 진단서를 먼저 써드리겠다고 했는데 이것을 거부했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번 사안은 조대 치과병원 사회사업실의 중재로 치료비 추정서 5만 원, 진단서 2만 원으로 총 7만 원에 서류를 발급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이 비용 역시 부담된다고 호소하고 있다.

 의료비용 전반에 대한 혜택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한 달에 60만 원의 생계비를 지원받는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서류 발급 비용만으로도 한 달 생계비의 10%가 넘는 금액이라 부담을 느낀다는 것.

 A씨는 “수급자들은 60만 원의 생계비로 월세·통신비 등을 지출해야 한다”며 “고정비를 지출하고 나면 하루에 약 만 원 정도로 모든 것들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인데 비급여 항목까지 부담해야 한다면 정말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급여 항목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수급자들 생활 수준은 더욱 저하될 것이다”며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비급여 항목 지원에 대한 절실에는 공감하나 막대한 세금 부담에 현실적으론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크다.

 지난해 연말 기준 광주지역 기초생활수급자는 6만 3392명이다. 차상위계층 3만 7684명까지 포함하면 10만 명이 넘는 수준이다.

 광주시는 이미 의료지원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고 있고 비급여 항목까지 지원하게 되면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 보고 있다.

 광주시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수급자분들은 이미 병원비를 거의 무료에 가깝게 혜택을 받고 있다”며 “비급여 항목까지 지원하게 된다면 수급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들의 의료혜택을 위해 급여의 절반을 건강보험료로 내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말 어려운 상황이라면 ‘광주다움 통합돌봄’ 등에 지원을 요청하면 된다”며 “현 제도권에서는 단순 서류 발급 비용 등 비급여 항목에 대한 지원은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세금 부담이 크더라도 비급여 혜택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용규 광주시의원은 “당연히 기초생활수급자들이 비급여 부분에도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광주시는 당연히 예산이 없다고 하겠지만 조례를 제정해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전경훈 기자 h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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