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가 누런 색?-담양군 국도변 대나무 고사 직전
2004-04-30 채정희
5월 담양 대나무축제(1~5일)에 가는 사람들은 희귀한(?) 대나무숲을 만나 볼 수 있다.광주서 담양 가는 국도 29호선 양편에 누렇게 고사해 가고 있는 대나무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탓.
담양군이 5·18국립묘지 입구를 지나 군 경계 초입부터 읍내까지 대나무 6300여 본을 이식해 심은 것은 지난해 11월부터 2개월간. 1억3000여 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 대나무들이 푸르름을 잃고 누렇게 죽어가고 있다.
원대는 죽고 새로운 줄기가 성장하는 대나무의 속성상 죽순이 나올 때까지는 고사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줄기까지 누렇게 말라붙은 것은 소생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조경업자와 군관계자의 공통된 인식이고 보면 상황은 심각하다. 군 스스로 파악한 고사목만 해도 2000여 본 이상. 4월 내내 보식 작업이 진행됐다.
문제의 발단은 이식작업이 조경의 기본을 무시한 졸속이었다는 데 있다. 조동범 전남대 교수(조경학)는 “땅이 얼어 있어 수분 공급이 용이하지 않은 동절기는 이식을 피해야 한다”면서 “원활한 뿌리 발근을 위해선 4∼5월 정도가 적당했다”고 지적했다.
하자보식 현장에서 만난 조경업자는 “이식 후 고사방지를 위해 줄기 윗부분을 쳐 주려 했으나, 군에서 미관상 좋지 않으니 그냥 놔두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오구균 호남대 교수(조경학)는 “대나무는 이식하면 원대는 죽고 뿌리에서 나오는 새 줄기를 기대해야 한다”면서 “원대의 1/3 정도는 잘라줘야 하는데 외관상 이유로 그냥 뒀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담양군 환경녹지과 담당자는 “예산집행이 늦어져 이식 시기가 적합하지 않았던 것은 인정한다”고 전제한 뒤 “왕겨를 뿌려 주는 등 고사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꼭대기 부분을 자르지 못하게 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도 “광주에서 진입하는 초입부는 분명히 윗부분을 다 잘랐다”면서 “다만 중간지점부터 `외관상’얘기가 나와 꼭대기는 놔두고 대신 가지를 쳤다”고 해명했다.
어쨌거나 `자연과 인간의 푸른 만남’을 올 대나무축제의 주제로 내건 담양군의 바람이 무색하게 대나무들은 본디의 푸른 색을 잃고 있다.
채정희 기자goodi@gjdream.com
<이 기사는 월간 전라도닷컴 5월호에 함께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