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원2(재)

2004-04-30     이지은
정치인 꽁무니만 쫓아다닌다는 비난을 받은 구의원들의 항변이 시작됐다.
북구의회 정상진 의장은 “구의원들의 정당 활동은 합법이다. 다만 구의원의 다양한 역할 중 한쪽만 부각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다른 것이 약하게 보일 뿐이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구의원의 본연의 의무는 충실히 이뤄지고 있을까. “도로개설, 하수도 문제, 그린벨트 해제” 구의원들의 입에서 굵직한 사안들이 쏟아져 나온다. “지역 발전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예산을 많이 따오는 것이다.” 이들의 지역현안에 대한 고민이 국회의원 못지 않다.
그러나 주민들에게 시급한 문제는 따로 있다.“구의원은 시민들의 생활에서 불편한 점들을 해결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묻는 성진호씨(45·남구 봉선동)는 “주민들이 일일이 신호등 고장났다고, 주정차 단속해 달라고 구청에 항의전화 하는 것은 그만큼 구의원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꼬집었다. 주민들은 `대변자’가 필요했다. 산재해 있는 지역의 문제점들을 정리해서 논리적으로 구청에 요구하고, 필요한 제도를 만들어 줄 구의원이 필요했다. 그러나 주민을 위해 발 품을 파는 일꾼은 아직까지 이상형으로 존재할 뿐이다.
남모를 속사정이 있다. 구의원들 입장에선 예산 따는 것보다 생활 조례 제정하는 것이 더 어렵다. 공동주택 지원 조례안을 상정하고 싶다는 한 구의원은 의원들 간의 알력 싸움으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한다. “의회 안건들 대부분은 정당성보다 발의한 의원이 누구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진다”는 게 내부의 이야기다. 회기 중에도 회의가 중단되는 것도 이미 시민들에게 익숙한 일이 되었다.
구의원들이 주민들과 지역 현안을 공감하지 못하는 것 또한 당연한 결과다. 구의원들의 동선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매달 열리는 주민자치위원회·새마을 부녀회·통장 회의에 참석하고 여유가 있을 때는 경로당 들러 얼굴 도장 찍는 정도다. 더 문제는 이 동선이 곧 구의원들의 의견 수렴 통로 전부라는 데 있다.
선거 때 버스를 타고 골목을 걸으며 `열심히 일하겠다’고 하던 구의원들. 당선 후 지난 2년 동안 구의원들이 버스를 탄 경험은 두 세 번이 고작이다. 때문에 최근 버스 노선 개편을 앞두고 공청회가 무산될 정도로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었지만 구의원들은 한 마디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구의원은 `무보수 명예직’제도를 탓한다. 일부 구의원들은 “먹고 살아야 구의원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계 유지하려고 발버둥치다 보니 현실적으로 지역에 많은 시간을 할애 할 수 없는 처지다”며 유급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그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는 구의원의 의무를 무색케 하고 있다. 이지은 기자 jour@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