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오빠 선생님과 서툴지만 재밌는 수업

대학생 멘토링제 현장 가보니

2006-08-09     채정희
9일 대학생 신모 씨가 멘토로 나선 대성초등 수업 현장. 받아쓰기하는 아이들 표정이 진지하다.

 방학 동안 대학생 언니·오빠들이 과외교사를 자청하고 나서자 맞벌이·저소득층 가정 아이들이 신이 났다. 학교에 모여 부족한 교과학습을 보충한 뒤 특기·적성 교육까지 이어지다 보면 하루해가 짧을 지경이다.

 올해 대학생 멘토링제가 각 급 학교에서 첫 시행되면서 벌어진 풍경이다.

    과외를 받을 형편이 안 되는 초·중학생의 학습을 지도하고 상담도 해주는 제도인데, 가르치고 배우는 이들의 열의로 어우러진 교실이 방학중에도 왁자하다.

 9일 광주 대성초등학교의 한 교실.
 대학생 신 모씨(조선대 간호학과)씨와 김모 씨(연세대 작업치료과)씨가 10여 명을 대상으로 수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멘토링 프로그램에 지원하면서 근무지로 이 학교를 택한 두 학생은 방학 동안 1·2학년생 12명의 과외교사가 돼 국어과와 수학과 보충학습을 진행하게 됐다.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18시간. 짧은 듯도 하지만, 이들 외 이 학교를 지원한 다른 대학생들의 시간까지 더하면 적지 않은 것을 배우고 익히기에 충분하다.

 “언니·오빠들 같잖아요. 아이들이 허물없이 대해서 좋아요.”

  김 씨는 “담임교사보다 젊은 대학생들을 학생들이 잘 따르고, 소통도 잘 된다”는 점을 대학생 멘토링제의 장점으로 내세웠다. 옆 테이블에서 받아쓰기 시험을 치르고 있는 국어과 신 씨의 생각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이를 증명하듯 초등생들은 신 씨 주변에 몰려들어 채점하는 빨간 펜의 궤적에 따라 탄성과 아쉬움을 연발했다.

 “제발 70점은 넘어야 하는데….” 이모(2학년)군이 갈망하는 점수는 신씨가 제시해놓은 가이드라인이다.

 “60점 아래를 받으면 못 놀아요. 틀린 문항을 두 번씩 써서 제출해야 하거든요.”

   결국 소원을 이루지 못한 이 군은 신 씨의 지도하에 틀린 부분을 다시 쓰면서 문장 익히기를 계속했다. 그 사이 합격점을 받은 아이들은 교실 뒤편에서 책을 보고, 장난을 치는 등 자유로움을 만끽했다.

 “선생님 무서워요. 그래도 좋아요.” `놀지 못하는’ 신모(2학년)군은 아쉬움을 앞세웠지만, 금방 드러난 속내는 “계속 했으면 좋겠다”였다.

 초보 교사들은 물론 서툴다.

  “교과서를 참고해 교재를 만들고, 보충학습지를 준비한다곤 하지만 쉽지 않다“는 것이 이들이 토로한 심정. 이 학교 교사들도 이를 우려해 방학 전 필요한 교재들을 준비해 놓아 대학생 교사들에게 힘이 돼 줬다.

 대학생들은 봉사비 명목으로 1시간에 1만원 정도를 받는다. 하지만 이들이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경험’. 교사직을 꿈꾸는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에 많이 참여한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한편 광주시교육청은 올 여름방학 동안 23개 초·중·고에서 대학생 멘토링제를 시행하고 있다. 대학생 150여 명이 교사를 자청, 760여 명의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