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푸드 대표 밥상 한자리에

건강이 한 상 가득 담양·신안·완도·장흥 슬로시티 4곳 음식 맛자랑

2009-12-14     강련경

 처음 만드는 순간부터 모든 것은 인위적이지 않고 천천히 이루어진다. 자연과의 조화에 맞춰 자연의 속도에 따라 자라며 충분한 숙성의 시간을 갖는다. 자연 그대로의, 인공을 가하지 않은 전통적인 먹을거리 `슬로푸드’다.

 지난 12일 먹을거리에 있어서 `느림’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닫고 맛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지정된 담양 창평에서 슬로시티로 지정된 지역 4곳의 밥상을 선보인 것. 각 지역마다의 독특한 특색을 담은 담양 창평 `약초밥상’, 신안 증도 `갯내음밥상’, 완도 청산 `푸른밥상’, 장흥 유치 `버섯밥상’ 등 전통 밥상이다.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고 재료 그대로의 맛을 살린, 남도 슬로푸드의 진수를 맛볼 수 자리였다.

 이날 가마솥에 밥을 하고, 고구마를 삶아 찾는 이들을 대접하던 담양 창평 삼천리의 정묘래(81) 할머니는 가마솥에 누른 `누룽지’를 긁으며 전통의 맛을 모르는 이들을 안타까워했다. “가마솥 밥이 진짜 밥이제. 젊은 사람들은 이 밥맛을 몰러 모르는 것이여. 한번 먹어보믄 계속 먹고 잡을 것인디….”

 인스턴트 식품에 길들여진 우리의 입맛이 변했을 뿐 시간과 정성만 들이면 슬로푸드라고 말할 수 있는 음식은 주변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고 또 맛볼 수 있다.

 식생활을 바꿔보겠다며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패스트푸드, 인스턴트식품을 멀리 하는 대신 시간과 정성을 들여 우리 땅에서 난 제철 재료를 이용해 조리한 음식을 먹는 것이 바로 슬로푸드 생활이다.

 우선 음식을 조리할 때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는 패스트푸드 방식과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하는 정통 슬로푸드 방식을 절충해 식탁에 점진적 변화를 시도해 보자. 국이나 찌개를 끓일 때 화학조미료 대신 다시마, 멸치, 새우, 버섯, 양파, 대파 등의 천연재료로만 끓여 육수를 만들어야 하겠지만 그 절충안으로 분말로 만든 천연조미료를 이용해 요리할 수도 있다.

 이날 창평 슬로시티 마을에 차려진 각 지역의 4개 밥상과 이를 만든 이들에게 전통음식에 담긴 슬로푸드의 지혜를 배워본다. 요령껏 절충하면 바쁜 생활 속 슬로푸드 방식으로 식습관으로 바꿔 나갈 수 있다.  강련경 기자 vovo@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