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맛집]대인시장 모아식당 빠가사리탕

순창 적성강에서 잡아온 빠가사리에 생강·마늘, 녹신녹신 시래기가 듬뿍

2015-09-10     장원익

 허름한 배낭을 걸친 사내가 축축한 머릿결을 쓰다듬으며 나온다. 햇살이 자글자글 쏟아진다. 한 모금 연초를 한껏 내뱉는다. 살가죽의 결이 널찍한 미간사이로 촘촘하게 죄어든다. 덥수룩한 수염과 볕에 그을린 구릿빛 얼굴이 선연하다

 “아이구, 외국에 갔다드만 언제 오셨소, 인자, 얼굴 잊자불게 생겼소, 이게 얼마만이요, 모초롬만에 오셨소~잉.” “허~허, 그려요, 싸게 탕 두 그릇 내소.”

 대인시장에서 나름의 중심지는 이 곳 모아식당 주변이다. 취객과 외지인들이 쏠쏠하게 찾는 번듯한(?) 숙소가 두 곳이나 있고, 목간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있어서이다. 우씨는 저잣거리에 꽤나 알려진 인물이다. 몇해 전 외유를 했고, 지방에 내려가 있으면서 오랜만에 함께 자리를 했다. “오랜만이요, 별일 없었소, 요즘 통 안보입디다.” 자연산 빠가사리탕이 올라왔다.

 “요, 빠가들이 어디서 온지 아요? 요놈들은 본시, 저 전라북도 진안군 백운면(?) 마령면에서 놀다가, 임실군 신평면(?) 운암면으로 내려가서 정읍의 산내면으로도 흘러들어가고, 순창의 구림면을 지나, 동계면 구미리의 긴 계곡을 따라 강바닥이 바위돌로 덮여있는 적성강에서 온 것들이요.” 16년 동안 빠가를 쥐락펴락한 쥔장의 요설이 이어졌다. “그렁께 요고시 ‘빠가빠가’ 혀서 빠가사리라고 헌디, 지느러미에 달려있는 가시로 콕허고 쏘아붙이면 여간 아픈게 아니요, 그래서 ‘쐬기’ 라고도 허지, 장마철에 많이 잡히는데, 일반 그물로는 안돼야, 그물에 걸린 빠가들을 추스르는 것이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거든, 그래서 합법적인 정치망(定置網)을 쓰지.”

 “정~치~이, 정치라? 그려, 요새 정치 조지는 것들이 문제지, 자기 잇속만 챙기는 것들, 그런 거시기들을 야무지게 조져야 혀….” 우씨는 궁시렁대며 가시오가피주를 단숨에 쭉~욱 들이키며, 익숙하게 양념통을 툭툭 털어 뚝배기 그릇 속으로 쏟아 붓는다. 재래식 된장으로 간을 맞춘 국물속으로 젠피가루가 물큰하게 퍼진다. “와따, 시덥지 않게 뭘 그렇게 웅얼거리요, 식기전에 언능 드시오.” 솔김치와 가지나물, 오이냉채, 호박 나물을 챙겨가지고 온 바깥 쥔장이 또 수작을 붙인다.

 “시시껄렁한 야그 집어치우고, 재미난 이야기가 있소, 들어보소. 내 가까운 친척이 전남 곡성군 삼기면에 살았다요. 그 동네 할머니에게서 전해들은 젠피가루에 대한 이야기요. 할머니의 할아버지가 토벌대의 행동대원으로 소위 애국활동(?)을 했던 시절이니까, 지금으로부터 6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당시 지리산 자락에 살았던 사람들은 낮이면 토벌대로 밤이면 빨치산으로 왔다리 갔다는 하는 시절이었제. 한 번은 토벌대가 낮에 밥을 묵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어. 그 지역 마을 유지들이 정성스럽게 음식을 차려냈는데, 사달이 났지. 정체모를 가루가 뿌려진 시래기국과 산나물을 먹은 장정들이 느글거리는 향내로 메스꺼워 토를 해대는 것이었응게. 차려진 밥상은 내동댕이쳐졌고, 독극물로 오인한 토벌대들은 그곳 마을 사람들을 온종일 뒈지게 두들겨 팼다지. 외지인 출신 토벌군 우두머리에게 젠피가루에 대한 각인된 기억이 없어서 벌어진 해프닝이었지.”

 “글씨, 그런 일이 다 있었다요? 이제나 저제나, 사는 것도 묵는 것도, 좌우당간 정치하는 것들이 잘해야 된당께. 암만, 있는 것들이 잘해야 제, 그래야 우리 같은 예술 나부랭이도 먹고 살 것 아니여, 언능 시원한 오이냉채나 한 사발 더 내올쇼, 듣고 있을랑께, 괜시리 부아가 치밀그만.”

 생강·마늘·고추와 녹신녹신한 시래기가 담긴 뚝배기 속으로 숟가락을 푹하고 담근다. 이내 쩍하고 입속으로 가져간다. 목구멍으로 미끄러진 자연산 빠가들이 오장육부를 뜨뜻무레 감싸는 동안, 풋~웃, 파~ 하고 연신 깊은 시름을 덜어낸다. 빠가사리는 청정지역인 섬진강변을 따라 자연의 순리를 지켜온 물의 신이다. 지리산 자락의 숭고한 전설이 있는 젠피가루는 시름과 아픔이 응고되어 녹아내린 산신이다. 이곳 모아식당에서 물신과 산신을 영접하라, 접신되어 환생한 ‘빠가사리탕’을 조우할 수 있을 것이다.

▶ 차림 : 빠가사리탕 7000원, 통빠가탕(소) 3만 원, 메기탕(소) 2만 원, 참게탕(소) 3만 원, 쏘가리탕(소) 4만 원

▶ 주소 : 광주 동구 제봉로 200번길 5(대인동) (대인시장내 만수장옆, 파크모텔앞)

▶연락처 : 062-227-7773.

글·사진=장원익<남도향토음식박물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