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곤말과세상]양양 오산리 덧무늬항아리에 숨어 있는 비밀1
아주 현대적인 디자인
2018-10-12 김찬곤
위 세 항아리 모양은 여성의 몸을 닮았다. 특히 세 번째 백자철화 포도문 항아리(국보 제107호)는 여성의 배꼽부터 시작해 골반과 다리까지, 그것의 형상화라 할 수 있다. 내가 ‘남성의 눈’으로 그릇을 보는 것이 아니라 원래 그릇은 여신(女神), 비구름·비·물(만물생성의 기원), 만병(滿甁 찰만·항아리병, 마찬가지로 만물생성의 기원), 어머니, 들판 같은 상징성을 베이스로 한다.
신석기 시대 그릇을 빚고 굽던 장인이 여자였는지 남자였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릇이 지금의 냉장고처럼 생활필수품이었던 만큼 편리성이 아주 중요한데, 그 편리성의 발전 속도가 아주 더딘 것은 사실이다. 그릇에 손잡이를 다는 것이나 물그릇에 귀때나 부리를 붙이는 것, 이런 것이 수백에서 수천 년에 걸쳐 이루어졌다. 이런 것을 생각해 보면, 원래 선사시대의 발전 속도가 느렸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당시 그릇을 빚었던 장인은 그릇을 늘 쓰는 여자였다기보다는 바깥일을 주로 하던 남자였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다음 호에 이어서 씁니다)
김찬곤
광주대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