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기, 시로 읽는 사진]紅梅

겨울 찬바람 사이 설레는 기다림

2020-01-29     나상기
 紅梅

 찬바람 스쳐가는 음력섣달
 하얀 눈발 내리지 않는 시간
 붉은미소 살며시 겨울을 보듬고
 금둔사 臘月紅梅(납월홍매) 피네
 
 
 낙안읍성 지나 금전산 자락
 일찍 서둘러 피는 南道의 梅花
 금둔사 紅梅花 처음 만나서
 그 고결한 자태에 그만 흠뻑 젖어든다
 
 
 겨울 한복판에 웅크리고 앉아
 그리도 봄날을 그리워하며
 紅梅를 바라보는 마음이야
 그리움 품에 안은 설레임이다
 
 
 조선시대 象村(상촌) 申欽(신흠)선생은
 梅一生寒 不賣香(매일생한불매향)이라
 매화는 일생 추위에도
 그 향기를 팔지 않는다
 
 
 아직 멀찍이 머뭇거리는 봄인데
 겨울 찬바람사이로 만나는 설레임이
 낙안들녘 지나 臘月紅梅酒 한잔으로
 紅梅 그 향기에 취하고 싶다

 나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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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년 동안 ‘재야 민주화운동’에 몸 담아 온 나상기 선생은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사진기를 들었다. “조급하게 변화시키려고 했던 과거에 대해 반성하고, 느긋하게 바라보면서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은” 뒤였다. 지금 그는 스스로를 ‘재야 사진가’로 칭하며, 남도 지방 사계절 풍경과 꽃을 담아내고 있다. 인생 2막, 여전히 ‘중심 아닌 곳’에 눈을 대고 있는 나 선생은 그동안 찍은 사진에 시적 감상까지 더해서 최근 ‘시사집(詩寫集)’을 발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