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기 시로 읽는 사진]만연사 홍등(紅燈)

백설, 고뇌의 깊은 마음 달래려…

2020-02-19     나상기
 봄에 들어서는 입춘이 지나
 홍매화피고 봄이 오는가 싶더니
 이제사 첫눈이 펑펑 내린다
 
 오랜만에 하얀설경으로
 입석대 서석대 한얀도포 걸치고
 무등산은 지긋이 빛고을을 품는다
 
 화순 만연사 배롱나무 紅燈에
 하얀 눈꽃피어
 삼라만상 온 세상 자비를 베푸는 듯
 
 흔날리는 눈발속에
 이른 아침 여인은 하얀 눈꽃에
 그만 흠뻑 젖어
 
 고뇌의 깊은 마음 달래려
 부처님의 자비를 구하는데
 하얀 눈은 한없이 내린다
 
 나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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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년 동안 ‘재야 민주화운동’에 몸 담아 온 나상기 선생은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사진기를 들었다. “조급하게 변화시키려고 했던 과거에 대해 반성하고, 느긋하게 바라보면서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은” 뒤였다. 지금 그는 스스로를 ‘재야 사진가’로 칭하며, 남도 지방 사계절 풍경과 꽃을 담아내고 있다. 인생 2막, 여전히 ‘중심 아닌 곳’에 눈을 대고 있는 나 선생은 그동안 찍은 사진에 시적 감상까지 더해서 최근 ‘시사집(詩寫集)’을 발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