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미워하는 상대와 공감하기

[조현미 생활심리]

2020-08-24     조현미

 그는 회사에서 갑질을 당한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은 상사가 좋은 사람이라고 했지만 그는 아니라고 한다. 매일 결재를 받으러 가는데 반말에 별다른 이유 없이 결재를 미루고 다시 해오라고 한다. 회의할 때 후배나 동료들 앞에서 자신에게는 화를 내거나 얼굴을 찌푸리는데 다른 직원들에게는 웃으며 관대하게 행동한다. 몇 달째 이런 상황이 지속 되면서 밤에는 잠을 잘 수 없고, 아침이면 출근하기 싫은 마음뿐이다. 몇 번이고 생각해 봐도 상사가 자신을 미워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어 답답하다. 이유라도 알면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켜 불편한 상황을 피할 수 있을 건데. 그래도 그는 항상 웃는 얼굴로 상사를 만나려고 한다.

 당신은 어떤가. 누군가로부터 미움받아 본 적이 있는가. 아직 없다면 행운이고, 있었다면 그 괴로움을 알 것이다. 처음에는 ‘왜 그러지’하며 나름대로 이유를 찾아 고치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상대가 계속 자신을 싫어한다고 느껴지면 ‘나에게 문제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어 자신감이 없어지고 다른 사람들도 자신을 싫어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자신감 없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안될 것 같아 ‘괜찮은 척’하는 연기를 한다. 그래도 상대와 관계는 여전히 불편하기만 하다.

 그런데 누군가를 미워하고 싫어하는 것에 이유가 필요할까. 혹시 지금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수백, 수천 개의 이유를 말할지도 모르겠다. 먼저 나를 무시해서, 뒷담화를 해서,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이라서, 나랑 안 맞아서, 예의가 없어서, 잘난체를 해서, 얌체같아서, 불평 불만이 많아서, 욕심쟁이여서, 버릇이 없어서 등등. 이유를 찾다 보면 결국에는 상대의 모든 것이 싫고 마음에 들지 않다. 그냥 상대가 싫을 뿐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앞에 열거한 이유를 조금씩 갖고 있기도 하다. 자신도 알게 모르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할 때도 있고, 가끔은 없는 사람 이야기도 한다. 모두와 생각이 같을 수 없고, 때때로 장점이 잘난 척 하는 것으로 보여질 수도 있다. 미움을 받을 타당한 이유란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누군가를 미워할까. 어떤 심리학자는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욕구와 소망(불안이나 불편한 감정을 경험하게 하는 것)을 다른 사람이나 바깥 세계로 전가하는 ‘투사’가 일어나서라고 한다. 그럼으로써 불안과 죄의식 등과 같은 불편한 감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방어기제다. 예를 들면 다른 사람에게 비판적인 사람이 ‘그 사람은 비판적인 성향이 있다’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자신의 비판적인 면이 싫어서 거기에 집중하다 보니 다른 사람에게서 그런 면을 더욱 잘 발견한다. 그래서 어떤 이는 투사를 ‘수치심 떠넘기기’라고 부르는데 자기애가 강한 사람들에게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또 어떤 학자들은 스스로를 ‘타인과 비교’하면서 스스로가 부족하다고 여기고 자신의 가치를 낮추는 열등감에서 미움이 비롯되기도 한단다. 특히 자신의 능력 이외의 것을 가진 사람과 비교를 하게 되면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음이 금방 생겨난다. 맞벌이하는 부하직원의 여유로운 생활과 경제적 여유가 부럽기도 하지만 한편 상사라는 직책으로 부하직원의 직장생활을 조금 불편하게 만들 수 있기도 하다.

 그럼 미움 받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할까. 수치심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고 있고, 열등감으로 시기와 질투를 하고 있는 사람은 스스로가 이를 알아서 고칠 것 같지 않다. 베스트 샐러 책 제목처럼 미움 받을 용기가 필요하고 미워하는 상대의 감정에 공감해 보는 거는 것은 어떤가. 자신이 미움 받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를 미워하는 상대의 감정에 공감해 보는 거다. 이를테면 며칠 전 어떤 교회 목사는 자신의 교회에서 많은 확진자가 나왔고 자신도 확진을 받아 구급차에 탔는데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어 보였다. 그 사진을 보는 순간 너무 얄미웠고, 화가 치밀었다. 코로나로 인해 불안해서 집에만 있었는데 너무 짜증이 났다. 집에만 있던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정작 그 본인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한 그의 태도는 그를 더 미워할 이유로 충분했다.

 그러다 생각났다. 재벌이나 유명 정치인들이 법원에 들어설 때 휠체어에 앉아 안쓰러운 표정으로 포토라인에 섰던 것이. 그들은 다 계획이 있었다.

 조현미 <심리상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