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가자”는 노란 속삭임

[시로 읽는 사진]은행나무 길가에

2020-11-11     나상기

은행나무 길가에

만추(晩秋)로 달려가는 시간
노란 은행나무 길가에
가을사랑 깊어간다

오색 단풍 가을 산하에
샛노란 은행잎 바람에 휘날리고
중년의 남녀는 마음 설레어 

세월속에 스쳐 지나는
시간 붙들고
만추의 사랑을 속삭인다

찬바람 사이로 흔날리는 
노란잎 추억을 거닐며
애틋한 가슴 적시는 늦가을에

만산홍엽(滿山紅葉) 은행나무 길가
만추로 가는 시간은
같이 걸어가는 세월이다

                 나상기


50년 동안 ‘재야 민주화운동’에 몸 담아 온 나상기 선생은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사진기를 들었다. “조급하게 변화시키려고 했던 과거에 대해 반성하고, 느긋하게 바라보면서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은” 뒤였다. 지금 그는 스스로를 ‘재야 사진가’로 칭하며, 남도 지방 사계절 풍경과 꽃을 담아내고 있다. 인생 2막, 여전히 ‘중심 아닌 곳’에 눈을 대고 있는 나 선생은 그동안 찍은 사진에 시적 감상까지 더해서 최근 ‘시사집(詩寫集)’을 발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