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가도 정으로 남아
[시로 읽는 사진] 늦가을에
2020-11-18 나상기
늦가을에
감나무에 걸린 늦가을
뉘엿뉘엿
산자락에 내려오는 햇살
스산하게 부는 바람사이로
만추의 낙엽은 나뒹구는데
기와지붕에 걸릴 듯 걸린
넉넉한 마음
겨울손님 까치밥이
정성스레
가을 지나는 시간을 담아내고 있다
감나무에 걸린 늦가을
나누어 함께
낙엽지는 만추에 단풍잎 떨어지고
바람과 함께 춤을 추는데
가을은 가도 정으로 남아
애틋한 그리움을 달래고 있다
나상기
50년 동안 ‘재야 민주화운동’에 몸 담아 온 나상기 선생은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사진기를 들었다. “조급하게 변화시키려고 했던 과거에 대해 반성하고, 느긋하게 바라보면서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은” 뒤였다. 지금 그는 스스로를 ‘재야 사진가’로 칭하며, 남도 지방 사계절 풍경과 꽃을 담아내고 있다. 인생 2막, 여전히 ‘중심 아닌 곳’에 눈을 대고 있는 나 선생은 그동안 찍은 사진에 시적 감상까지 더해서 최근 ‘시사집(詩寫集)’을 발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