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는 안 하지만, 맛있는 것은 먹고 싶어요
[조현미의 생활심리]
먹는 방송, 먹방이 대세다. 유명 연예인부터 일반인들도 개인 블로그나 유튜브를 통해 먹는 모습을 중계한다. 먹는 것뿐 아니라 전국에 있는 맛있는 집(맛집)을 찾아다니며 요리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음식이 완성되면 먹기도 한다. 보는 사람들은 맛집 정보를 토대로 가성비 좋고 더 맛있는 먹거리를 찾아 전국투어도 마다하지 않는다. 맛집을 검색하고 ‘진짜’ 맛이 있는지 확인해 본 경험이 한 두 번 정도는 있을 것이다. 맛집이라고 갔더니 전혀 아니었던 경험도 있고. 그러나 다시 그놈의 ‘맛집’에 홀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스트레스가 많은 요즘, 어떻게 해소하고 대처하는지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먹는다’ 거나 ‘맛집 탐방’하러 여행을 떠나기도 한단다. TV에서만 보던 것을 직접 찾아가 맛을 확인하고 할 수 있다는 마음에 지친 마음이 조금은 힐링이 된다. 어떤 이들은 지금까지 먹어보지 못했던 낯선 음식을 보증된 맛으로 경험하여 실패할 확률을 줄이고 스트레스 없이 즐기기에는 먹방이 좋단다. 맛이라는 미끼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이를 찾아 직접 먹어보는 즐거움이 사람들을 먹방, 맛집, 쿡방(음식을 만드는 방송)으로 이끌기도 한다.
‘맛집’에서 먹고 나면 어떤 기분인가. 굳이 멀리서 찾아와 먹고 싶을 만큼 ‘맛있는 것’, 그 맛난 것을 먹고 난 뒤 느낌은 무얼까. 포만감, 그리고 아마도 작은 성취감이 느껴질지도 모른다. 자신이 계획한 것을 이뤄낸, 작지만 확실하게 무언가를 해냈다는 느낌. 혹은 애쓴 자신에게 맛있는 것을 먹여주는 즐거움을 경험할지도 모른다. 먹는다는 것 자체는 인간의 기본욕구이자 말초적 욕망을 자극하는 행위로 맛있는 것을 먹는게 ‘당연’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먹는다는 것, 그것은 때로 안부를 묻는 인사이기도 하다. ‘밥은 먹었니’ 또 어떤 경우에는 걱정하는 마음을 애둘러 표현하는 말이기도 하다. ‘밥은 먹고 다니냐’ 혹은 건강하라는 말을 굳이 ‘밥 잘 챙겨 먹어야지’라는 말로 대신하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자신에게 중요한 사람을 떠오르게 하는 단서이기도 하다. 맛있는 것을 먹을 때 당신은 누가 떠오르는가. 내가 먹고 있는 이 맛난 것을 함께 먹고 싶은 사람, 아마 가족이나 부모님 등 소중한 사람들일 것이다. 먹는다는 것은 자신에게 ‘의미있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은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가끔 사람들은 배가 고프지 않는데 무언가를 먹기도 한다. 이를 심리적 허기라고 부른다. 이런 저런 스트레스로 인해 단 것이 땡기고, 무료하고 외로울 때도 마치 배고 고픈 것처럼 느껴져 계속 먹어 과식하지만 심리적으로 만족스러움을 경험하지 못할 때. 아무리 많은 음식을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고 과식을 후회하는 상태. 그러나 반대로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는 상태’가 있다. 중요한 시험에 성공했을 때, 사랑 고백에 성공했을 때처럼 무언가 만족스러운 경험을 할 때 심리적으로 포만감을 느끼기도 한다.
당신은 어떤 이유로 먹방을, 맛집 탐방 방송을 보는가. 혹 그런 방송을 볼 때 어떤 마음이 드는가. 어떤 음식은 어떤 추억을, 어떤 사람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나에게 청국장은 가을날 추수하던 논을 떠올리게 하고 젊은 엄마와 아빠가 있다. 청국장 냄새에는 어렸을 적 보았던 파란 하늘과 마른 풀향기를 맡게 한다. 소울 푸드(soul food)다. 소울 푸드의 대부분은 엄마가 차려주는 밥, 뭔가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 음식인 경우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그 맛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그런 음식들.
누군가 그랬다. 맞벌이로 가사노동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요리는 이제 TV를 통해 보게 되는 프로그램이 되었다고. 간편하고 싼 인스턴트를 짧은 시간 조리하거나 남이 해주는 것을 사서 먹게 되는 시대. 하지만 사람들은 누군가 자신을 위해 요리를 해주고 그것이 아주 맛나길 기대한다. 요리하기는 싫지만,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요즘 사람들. 나도 그렇다.
조현미 <심리상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