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물안개 속 잠긴 가을

[나상기 시로 읽는 사진]세량지 가을

2020-11-25     나상기

세량지 가을

가을가는 낙엽소리에
단풍잎 지고
晩秋의 기다리는 시간은
깊게 물들어 익어간다

가을이 떠나려
세량지 아침 물가에
햇살 보듬고
깊숙히 내려 앉는데

물안개 피는 고요속에
가을 끝자락은
아쉬워 기다림으로
세량지 물가에 그리움을 남긴다

세월가는 계절의 한숨소리
바람속에 숨어 
晩秋의 시간 붙들고
마지막 가을을 가슴에 담는다

                          나상기


50년 동안 ‘재야 민주화운동’에 몸 담아 온 나상기 선생은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사진기를 들었다. “조급하게 변화시키려고 했던 과거에 대해 반성하고, 느긋하게 바라보면서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은” 뒤였다. 지금 그는 스스로를 ‘재야 사진가’로 칭하며, 남도 지방 사계절 풍경과 꽃을 담아내고 있다. 인생 2막, 여전히 ‘중심 아닌 곳’에 눈을 대고 있는 나 선생은 그동안 찍은 사진에 시적 감상까지 더해서 최근 ‘시사집(詩寫集)’을 발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