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계절이 저물다
[시로 읽는 사진]메타세콰이어 길
2020-12-02 나상기
메타세콰이어 길
붉게 물들어 걸어가는
만추(晩秋)의 가을 길
메타세콰이어 길
고독한 마음 달래고
아린 가슴 채우는
사색의 가을 길
가난한 영혼의 숨소리
깊은 생각에 물들어
기도하는 시간
혼자 걸어가는 가을 길
깊어가는 가을 시간은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
바람 속에 가는 세월
스치는 시간을 보듬고
만추의 가을 길 걸어간다
계절의 쓸쓸한 뒤안길에
메타세콰이어 길
마음속 길을 다듬어 걷는다
나상기
50년 동안 ‘재야 민주화운동’에 몸 담아 온 나상기 선생은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사진기를 들었다. “조급하게 변화시키려고 했던 과거에 대해 반성하고, 느긋하게 바라보면서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은” 뒤였다. 지금 그는 스스로를 ‘재야 사진가’로 칭하며, 남도 지방 사계절 풍경과 꽃을 담아내고 있다. 인생 2막, 여전히 ‘중심 아닌 곳’에 눈을 대고 있는 나 선생은 그동안 찍은 사진에 시적 감상까지 더해서 최근 ‘시사집(詩寫集)’을 발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