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붉은 기운, 두 손 모으나니

[시로 읽는 사진]노을빛 석양에

2020-12-09     나상기

노을빛 석양에

가을지나 오는 초겨울 해질녘
영산강은 말없이 흐르고
억새풀 찬바람 사이로
노을빛 석양이 내려 앉는다

해 저무는 강변 석양길에
흩뿌려진 노을빛 구름속으로
저 하늘 떠나는 뱅기는 어딜 가는지
억새풀은 바람 사이로 휘날린다

강물에 햇살내려 비추니
영산강가 억새밭 사잇길로
마음 달래고 가슴 채우려
석양에 내리는 낙조를 바라본다

찬바람 스치는 초겨울 들어
노년의 깊어지는 마음이야
세월속에 아린 가슴 보듬고
가난한 영혼 조용히 기도한다

                             나상기


50년 동안 ‘재야 민주화운동’에 몸 담아 온 나상기 선생은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사진기를 들었다. “조급하게 변화시키려고 했던 과거에 대해 반성하고, 느긋하게 바라보면서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은” 뒤였다. 지금 그는 스스로를 ‘재야 사진가’로 칭하며, 남도 지방 사계절 풍경과 꽃을 담아내고 있다. 인생 2막, 여전히 ‘중심 아닌 곳’에 눈을 대고 있는 나 선생은 그동안 찍은 사진에 시적 감상까지 더해서 최근 ‘시사집(詩寫集)’을 발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