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햇살은 더 붉다
[나상기 시로 읽는 사진]사랑나무
2020-12-16 나상기
사랑나무
벌거숭이 겨울가지에 걸린 햇살
남도의 들판에 홀로 서있는
사랑나무 온 몸으로
노을빛 석양을 부등켜 안고
그리움을 기다린다
그리운 사랑나무에 기대어
만추의 짙은 가슴에
그리움 진하게
노을지는 석양을 가슴에 담은
여인의 기다림은
초겨울 찬바람 사이로
저리도 붉게 내리는 햇살에
홀로 서있는 사랑나무 아래서
세월 스치는 시간 붙들고
봄을 그리는 그리움이다
나상기
50년 동안 ‘재야 민주화운동’에 몸 담아 온 나상기 선생은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사진기를 들었다. “조급하게 변화시키려고 했던 과거에 대해 반성하고, 느긋하게 바라보면서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은” 뒤였다. 지금 그는 스스로를 ‘재야 사진가’로 칭하며, 남도 지방 사계절 풍경과 꽃을 담아내고 있다. 인생 2막, 여전히 ‘중심 아닌 곳’에 눈을 대고 있는 나 선생은 그동안 찍은 사진에 시적 감상까지 더해서 최근 ‘시사집(詩寫集)’을 발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