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빛으로 오라

[시로 읽는 사진]노고단 여명

2021-01-06     채정희 기자

노고단 여명

새벽을 가르며 오르는
붉은 여명
지리산 산그리메 위로
어둠을 헤치고
빛줄기 선연하게 깔린다

태초에 빛이 있으라
붉은 여명의 빛이
새벽을 깨우고
아침 햇살을 일깨운다

저 진하디 진한 빛
노고단 새벽에
초승달 별빛을 보듬고
어둠을 헤치며 일어서는
여명의 붉은 빛을 만난다

하얀 계절의 한가운데서
노고할미의 넉넉한 품에
새벽을 가르는 시간
가난한 영혼은
애틋한 가슴 그리움을 달랜다
                       나상기


50년 동안 ‘재야 민주화운동’에 몸 담아 온 나상기 선생은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사진기를 들었다. “조급하게 변화시키려고 했던 과거에 대해 반성하고, 느긋하게 바라보면서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은” 뒤였다. 지금 그는 스스로를 ‘재야 사진가’로 칭하며, 남도 지방 사계절 풍경과 꽃을 담아내고 있다. 인생 2막, 여전히 ‘중심 아닌 곳’에 눈을 대고 있는 나 선생은 그동안 찍은 사진에 시적 감상까지 더해서 최근 ‘시사집(詩寫集)’을 발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