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기다리게 되는 것들

[시로 읽는 사진]영산강가에

2021-01-20     나상기

영산강가에

하루 해가 구름속을 헤매고
병풍산이 영산강가에 내려 앉는다

겨울가지 앙상한 가로수도
덩달아 물속에 주저 앉는다

한해가 저물어 가는 섣달에
고된 시간이 길기만 하다

만나야할 사람 만나지 못하고
그리움만 달래는 단절의 시간

어느 세월에 만남의 시간 보듬고
부등켜 얼싸 좋아 춤이나 춰 볼거나

어느 날에 모여 함께 뒹굴며
웃음꽃 활짝 피워 볼거나

한 겨울 기나긴 밤 고된밤
참새들도 잠들어 고요한 밤에

대숲속에 숨어 우는 시간 붙들고
그리움에 깊은 잠 이루지 못하네

새 하늘과 새 땅을 바라는
그리운 봄날을 영산강가에서 기다린다
나상기


50년 동안 ‘재야 민주화운동’에 몸 담아 온 나상기 선생은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사진기를 들었다. “조급하게 변화시키려고 했던 과거에 대해 반성하고, 느긋하게 바라보면서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은” 뒤였다. 지금 그는 스스로를 ‘재야 사진가’로 칭하며, 남도 지방 사계절 풍경과 꽃을 담아내고 있다. 인생 2막, 여전히 ‘중심 아닌 곳’에 눈을 대고 있는 나 선생은 그동안 찍은 사진에 시적 감상까지 더해서 최근 ‘시사집(詩寫集)’을 발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