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겨울 나그네

[시로 읽는 사진]백로 한마리 

2021-01-27     나상기

백로 한마리 

겨울철새 백로 한마리
맑은 물 대숲사이 담양습지에서
흘러가는 물길 바라보며
겨울 시간을 달래고 있다

푸른 대숲아래 흐르는 물줄기
영산강으로 흘러가는데
겨울새들의 보금자리 담양습지에
철따라 세월가는 시간을 붙들고 있다

순백의 우아한 백로 한마리
외로운 겨울 나그네
대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
물가에서 그 순간을 기다린다

이 겨울 차가운 계절에
생명을 치열하게 보듬고 서성이는
백로의 고독한 겨울 시간은
대숲사이로 스쳐 지나가는 바람인가

   나상기


50년 동안 ‘재야 민주화운동’에 몸 담아 온 나상기 선생은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사진기를 들었다. “조급하게 변화시키려고 했던 과거에 대해 반성하고, 느긋하게 바라보면서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은” 뒤였다. 지금 그는 스스로를 ‘재야 사진가’로 칭하며, 남도 지방 사계절 풍경과 꽃을 담아내고 있다. 인생 2막, 여전히 ‘중심 아닌 곳’에 눈을 대고 있는 나 선생은 그동안 찍은 사진에 시적 감상까지 더해서 최근 ‘시사집(詩寫集)’을 발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