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맞이가 아프다
「시로 읽는 사진」변산 바람꽃
2021-03-17 나상기
온 나라가 아파요
국민들이 아파요
봄이 오는데
봄맞이가 아파요
봄바람 스치는 언덕에
변산 바람꽃
아픈 가슴 보듬어
살포시 다가오네요
일상이 멈춰버린 거리에
침묵이 흐르는 시간에
변산 바람꽃
스미는 그리움 안고 오네요
모두가 신음하는 시간
그 시간 순수한 미소로
변산 바람꽃
봄이 오고 꽃이 핀다
나상기
50년 동안 ‘재야 민주화운동’에 몸 담아 온 나상기 선생은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사진기를 들었다. “조급하게 변화시키려고 했던 과거에 대해 반성하고, 느긋하게 바라보면서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은” 뒤였다. 지금 그는 스스로를 ‘재야 사진가’로 칭하며, 남도 지방 사계절 풍경과 꽃을 담아내고 있다. 인생 2막, 여전히 ‘중심 아닌 곳’에 눈을 대고 있는 나 선생은 그동안 찍은 사진에 시적 감상까지 더해서 최근 ‘시사집(詩寫集)’을 발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