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시로 읽는 사진]선암매

2021-03-24     나상기

[시로 읽는 사진]선암매

남도의 매화 향기가 봄바람에 스치는데
순천 선암사에 이르러 피는
선암매 향기는 그야말로 진하다
전국 4대 매화 중 하나인
천연기념물 제488호
육백 년이 넘은 선암매가 
원통전 기와 지붕에 살짝 걸쳐
담벼락에 업고 피어나는 백매
선암매의 봄 향기가 코 끝을 스치고
선암사를 온통 매향으로 뒤덮어
따사한 봄날을 맞이한다
한겨울 찬바람 추위에도 굴하지 않고
봄이 오는 길목에 매향을 퍼뜨리는 매화
매일생한불매향(梅一生寒不賣香)이라
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아도
매화 향기를 팔지 않습니다
나상기


50년 동안 ‘재야 민주화운동’에 몸 담아 온 나상기 선생은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사진기를 들었다. “조급하게 변화시키려고 했던 과거에 대해 반성하고, 느긋하게 바라보면서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은” 뒤였다. 지금 그는 스스로를 ‘재야 사진가’로 칭하며, 남도 지방 사계절 풍경과 꽃을 담아내고 있다. 인생 2막, 여전히 ‘중심 아닌 곳’에 눈을 대고 있는 나 선생은 그동안 찍은 사진에 시적 감상까지 더해서 최근 ‘시사집(詩寫集)’을 발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