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도 울 수 있게 키워야 건강하다

[김경란 교수 자녀교육 일기]

2021-05-26     김경란

요즘 우리는 사람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우울함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아이들도 우울함을 느끼지만 말로 표현하지 는 못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기분은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이 아니고 영어나 수학처럼 배워야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기분이 나쁠 때 슬픈 표정을 지을 수도 있고 울음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웃는 얼굴은 수용해주면서도 울거나 화를 내는 것은 나쁜 것이라고 알려줍니다.

특히 여성과 남성의 정서표현에 대해 다르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딸은 울어도 되지만 아들은 절대 울면 안 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남자아이들은 울면 안 된다고 가르치는 부모님의 말씀에 따라 슬픈 기분이 들더라도 자신의 기분을 감추면서 성장합니다.

그런데 기분은 좋건 나쁘건 자신의 기분을 잘 알고 주변사람들에게 자신의 기분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을 때 가장 건강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살다보면 기분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습니다. 기분이 좋을 때는 물론 기분이 나쁠 때에도 자신의 기분을 편안하게 말로 표현할 수 있고 수용될 수 있어야 합니다. 

남자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그 녀석 장군감이네’, ‘남자는 함부로 우는 게 아니야’, ‘대단하구나! 역시 남자라서’, ‘여자애처럼 굴지 마’, ‘남자답게 행동해야 해’ 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됩니다. 

프랑스의 18-35세 남자들 98%는 ‘용기가 있어야 해’, 58%는 ‘여자보다 뛰어나야 해’, 37%는 ‘울지 말아야 해’라고 배웠다고 합니다. 남자다워야 한다는 압박은 남자아이들의 교육과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됩니다. 남자 아이들은 친구들에게 인정받고 약하다고 평가받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속마음이나 외로움을 쉽게 내보이지 못합니다. 

그래서 호주와 영국에서는 남자아이들에게 마음속 깊은 감정을 꺼내서 고통을 표현하고 이야기하라고 교육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모든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첫 번째 단계입니다.

우리나라는 자살률이 높은 나라이고 우울증을 경험하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충동조절 장애라든가, 자신의 현재 감정 상태를 알 수 있을 때 자신의 기분을 조절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정서 지능이 높은 사람은 자신의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 정확하게 잘 알기 때문에 자신의 기분을 좋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물론 타인의 감정도 빨리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도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여러 연구결과 남성들은 연약한 마음을 표현하면 비난을 받기 때문에 우울증 같은 문제를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하거나 부정해버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자신의 감정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은 파괴적인 성향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약물중독, 알코올중독, 게임 중독 등은 약물이나 게임 등을 이용해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려는 것입니다. 혹은 남을 험담하거나 완벽주의 등의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런 사람은 학업이나 일에서도 성공하기 힘들고 자신감이 떨어지고 자존감에 상처를 받기 쉽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보다는 침묵하거나 스스로를 가두게 됩니다. 

전통적 남성상이 치루는 대가는 엄청난 것입니다. 아들을 키울 때는 전통적 남성상에 가두지 않고 자유롭고 행복한 사람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이제부터 아들에게도 ‘속상해서 울었구나’, ‘ 많이 서운했지’, 라고 말해서 우는 것을 말리는 대신 위로를 해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겁쟁이나 약골이 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감정적인 면에서 더욱 건강해지게 되는 것입니다. ‘꾸지람 들어서 화났어?’, ‘기분이 좋아?’ 등 부모가 자주 기분을 말로 표현할수록 아이도 자연스럽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아들이든 딸이든 살면서 두려움이나 슬픔, 분노…모든 감정을 허용해준다면 아이들은 이런 감정들을 극복하고 필요할 때 도움도 청하면서 자신이 느낀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건강한 사람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문의 : kimklan@kwu.ac.kr 
김경란 (광주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