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상사에 대처하는 올바른 방법은?
[조현미 생활심리]슬기로운 사회생활을 위해서
‘회사가 세대 공감을 하겠다’며 90년대 생들과 미팅자리를 마련해서 다녀온 92년생 다인 씨. 다녀온 소감을 묻자 입가에 알 수 없는 미소만 지었다.
왜 그러냐고 재차 묻자 그녀 조심스럽게 “앞으로 회사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얘기하라고’하면 다시는 자신의 의견을 말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한다.
덧붙여 “앞으로 회사 생활은 그림자처럼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인간관계도 가급적 소수 정예로만 하고 싶”단다. 이유는 자신보다 앞서서 자유롭게 회사 생활에서 느낀 불편과 요구사항을 이야기 했던 동료들이 상사로부터 어떤 답을 들었는지를 보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슬기로운 직장생활을 위한 그녀의 결론은 ‘속으로는 꼰대’구나 싶었지만 ‘겉으로는’ 그것을 드러내지 않을 작정이란다.
당신은 어떤가. 꼰대라고 생각하는 상사를 대할 때 그것을 표정이나 행동으로 보여주여주는 편인가, 아니면 꼰대라는 평가를 숨긴 채 상사를 대하는가.
또 그런 상황에서 당신은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 생각을 숨긴 체 상대방을 대할 때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고, 생각대로 말하고 땅을 치며 후회할 수도 있다.
3년 연애 끝에 이별을 ‘당한’ 그는 너무 힘들단다. 자신은 아직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데 그녀는 자신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부터 이별을 통보한 상대에 대해 ‘그 사람은 원래 까탈스러웠고 나랑 잘 안맞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흐른 후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옛사람을 잊고 새로운 사람을 찾았다.
당신은 어떤가. 당신이 생각한 대로 행동하는 편인가(이별을 받아 들이지 않음), 아니면 행동에 당신의 생각을 맞추는 편인가(이별을 받아들이기 위해 상대방의 험담을 하거나 체념 등등).
사람들은 생각과 행동이 불일치할 때 심리적 불편감을 느낀다. 이를 인지부조화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생각한 대로 행동’해서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경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지부조화는 자신의 신념, 태도와 다른 행동을 해야 할 때 경험하게 된다.
이렇게 인지부조화의 상황에서 우리는 여전히 일관성을 유지할 수도 있지만, 생각을 행동에 맞게 수정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높은 곳에 있는 포도를 따려던 여우가 몇 차례의 시도에도 포도를 딸 수 없게 되자, ‘저 포도는 신포도’라며 그 자리를 떠난다.
이때 여우는 포도를 먹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포도를 얻지 못해 아마도 짜증이 났을 것이다.
이때 그럴싸한 이유가 필요했다. 그래서 달콤한 포도가 아니라 ‘신포도’이니까 먹지 않아도 된다고 자신을 설득하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여우는 더 이상 포도 때문에 짜증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일상에서 우리는 이러한 경험을 흔하게 한다. 마음먹은 대로 성적이 나오지 않았을 때, 자신이 공부하지 않았다는 생각보다 ‘이번 시험이 어려웠다’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이별을 당했을 때 ‘어차피’ 그 사람과 자신이 잘 안맞았다고 생각하는 편이 낫고. 꼰대는 어차피 자유롭게 말하라고 해놓고 나중에 정해진 답을 말할 것이기에 입을 닫고 좋은 인상을 유지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따라서 인지부조화 상황에서 우리는 생각을 수정해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도 한다. 핑계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굳이 기존의 생각이나 태도를 유지해서 자신을 괴롭힐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내려진다면. 알베르트 카뮈도 그랬다. ‘인간은 자신의 삶이 부조리하지 않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생을 보내는 동물이다’고.
‘일관성’ 있는 삶에 대해 우리는 너무 많이 듣고 들어왔다. 자신이 믿는 신념과 가치를 구현하는 삶이 가치있다고. 그러나 상황이 부조리하다면 자신의 신념과 가치는 잠시 숨기는 것은 ‘지혜’다.
앞 사례에서처럼 꼰대들이 답을 정해 놓고 묻는 질문에 ‘소신껏 한 발언’은 ‘정 맞을 짓’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일단 당신이 안전해야 하므로 ‘풀’처럼 납작 엎드리는 것도 필요하다.
조현미 <심리상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