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 현장 노동자들 더 버티기 어렵다”

[코로나19 속 사람들] 2부_ 세상으로 나온 코로나, 이를 막는 사람들 (4)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현지현 정책국장

2021-08-20     김유빈 등
북구 선별진료소 의료진 모습. 북구 제공.

[코로나19 속 사람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현지현 정책국장 
2부_ 세상으로 나온 코로나, 이를 막는 사람들
‘PEOPLE-19’ 열아홉 사람이 겪은, 열아홉 가지 코로나 

학생운동단체인 전국학생행진이 만든 프로젝트 그룹 ‘Project People-19’가 최근 인터뷰집 ‘PEOPLE-19: 열아홉 사람이 겪은, 열아홉 가지 코로나, 그들을 이야기하다’를 세상에 내놓았다. ‘Project People-19’는 지난 3월부터 코로나가 바꾸어놓은 모두의 삶을 들여다 보기 위해 발로 뛰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인터뷰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 언제 일을 그만둘지 모르는 특수고용노동자, 양육 부담이 더욱 커진 여성,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된 이주노동자, 심각한 과로와 감염 위험에 노출된 보건의료인과 콜센터 상담사, 거리로 쫓겨나고 있는 항공업계 사람들, 더욱 좁아진 취업문에 허덕이는 청년까지….
본보는 ‘Project People-19’가 진행한 19명의 인터뷰를 내용에 따라 4부에 나눠 연재한다. 코로나를 계기로 드러난 한국사회의 문제들에 주목하고, 그 이면의 구조적 원인을 들여다 보며,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자 하는 ‘Project People-19’의 요청에 부응함이다.     <편집자주>

코로나19 이후 한국의 의료시스템, 소위 ‘K-방역’은 외신들이 극찬할 만큼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전 세계가 주목하던 K-방역은 보건의료노동자를 혹사시키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하지만 한국의 의료체계는 항상 보건의료노동자의 과로를 바탕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한편, 이전부터 우리 사회에서 ‘당연하게 여겨졌던’ 의료현장의 문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되었다. 코로나를 최전선에서 마주했던 현장에서, 의료연대본부는 ‘당연하지 않게 된 것’을 꾸준히 지적해왔다. <PEOPLE-19>은 의료연대본부 현지현 정책국장을 인터뷰하며, 의료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찾을 수 있었다.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정책국장 현지현입니다.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노동조합 안에서 코로나와 관련해 지자체와 정부 대응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간호조무사, 간병인, 청소 노동자, 급식까지 도맡아”

- 코로나 시기에 의료인들의 업무 강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코로나 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는 보호 장구를 착용합니다. 레벨 D 방호복을 입고 장갑을 두세 겹씩 끼고요. 페이스 쉴드를 하거나 우주복처럼 후드를 쓰고 PAPR(공기정화장치)를 착용하고 일을 하게 됩니다. 보호복은 30분만 착용해도 땀이 비 오듯 나고, 보호복을 벗으면 땀이 물처럼 떨어집니다. 코로나 확산 초기, 대구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을 때, 방호복을 처음 입어본 간호사들은 물속에 갇혀서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 고통이었다고 얘기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간호 업무를 하게 되면 노동 강도가 평소의 2배 이상으로 증가합니다. 몸도 둔해져 기존부터 해왔던 업무도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되고요. 
또, 격리 병동의 특성상 출입이 제한되어 간호조무사, 간병인, 청소 노동자, 급식 노동자의 업무를 모두 간호사가 하게 됐습니다. 어떤 병원의 경우에는 환자가 병원을 탈출했을 때 간호사가 직접 찾으러 다니기도 했고, 택배가 오면 확인하고 나눠드리는 것도 모두 간호사가 했습니다. 보호자들에게 전화도 많이 와서 전화 업무도 해야 했고요. 평소에 하지 않던 업무가 추가되니 노동 강도가 더욱 높아졌어요. 간호사가 부족해 곧바로 현장에 투입된 신규 간호사들을 교육하는 업무도 추가됐습니다.

- 코로나19 국면에 접어든 지 2년이 되어 가는데요. 보건의료 노동자의 과로 문제에 대한 최근의 상태는 어떤지요?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간호사들은 이미 과로하고 있던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올해 5월을 기준으로, 한국의 종합병원에서는 간호사 1명이 환자 16.3명을 담당하고, 일반병원급에서는 43.6명을 담당하고 있어요. 반면 미국은 5.7명, 스웨덴은 5.4명, 노르웨이는 3.7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간호사들의 과로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 정부에서 인력 보충 허가를 내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서울시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서울시의 입장은 ‘코로나 시기에 인력보충으로 간호 인력을 늘렸는데 코로나가 종식되면 이 인력들을 어떻게 할 거냐’예요. 그런데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예전부터 간호사들은 너무 많은 환자를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원래 간호사들이 부족한 상황에서 강도 높게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충원된 인력이 현재 간호사들의 노동 강도를 낮추고 안정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개선하면 됩니다. 
한편, 인력을 충원하더라도 그 인력이 병원에 그대로 남아있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각 병원에서는 간호사들이 계속해서 사직하고 있거든요. 서울시는 이런 현장에 대한 이해 없이 쓸모없는 고민을 하면서 해결책을 내지 않았죠. 현장 간호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면담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간호사 1인당 환자수 법제화해야”

- 인력 부족으로 발생한 구체적인 문제들은 무엇인가요?
△대부분의 간호사는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일하고 있습니다. 화장실을 제때 가지 못해 방광염에 걸리는 간호사들도 있습니다. 또, 생리대를 교체할 시간도 없이 일해요. 과중한 업무 속에서 환자를 제대로 간호하지 못했을 때 드는 자괴감은 간호사들이 사직하는 원인이 되는 것 같고요.

- 코로나19 대응은 국가 혹은 지역 단위의 보건의료정책과 병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입장은 어떠하신지요? 또 간호 인력 충원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희가 주장하고 있는 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코로나19와 관련해서 요구하는 것은 감염 병동의 간호 인력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간호사 1명이 환자 몇 명을 간호해야 하는지 기준을 정하자는 얘기입니다. 인력 기준이 명확히 있으면 몇 명의 환자에게 몇 명의 간호 인력이 필요한지 계산이 될 것입니다. 환자 수가 증가했을 때 추가로 필요한 간호사 수도 계산될 것이고요. 이를 기반으로 하면, 구체적인 계획 수립과 대책 논의도 가능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간호사가 부족할 때마다 일반 병동에서 막무가내로 차출하는 경우도 적어지겠지요.
두 번째는 다른 나라들처럼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법제화하자는 것입니다. 인원이 부족해 노동강도가 증가하고 사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데, 이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환자 수 법제화가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간호사 1인당 환자 수가 줄어들수록 환자의 재입원율과 사망률도 감소한다는 연구들도 있고, 미국과 호주는 이미 환자 수를 법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래야 환자들도 안전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세 번째로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을 확대하고 인력 기준을 높이자는 주장입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간호와 간병을 통합하여, 보호자가 상주하지 않는 병동을 만들자는 정책입니다. 간호간병통합 서비스 병동에서는 간호사가 간호와 더불어 간병까지 수행하므로, 일반 병동보다 높은 인력 기준을 적용합니다. 한국은 국민들의 간병비 부담을 줄이고 원내 감염을 관리하고자 이러한 병동을 확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메르스가 확산되었을 당시 정부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전국의 병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계획했던 것에 비해 미미하게 진행되었죠. 이번 코로나 병동 운영 과정에서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을 해제하고, 코로나 병동에 간호사를 재배치하는 식으로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 했는데요. 의료연대본부는 현재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 기준 향상을 전제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확대하여 간호 인력을 획기적으로 충원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간호인력 확충을 요구하는 간호사들. 사진=공공운수노조 의교연대본부

- 의료연대본부 활동 이후, 현장에서 변화한 점이나 병원 및 정부에서 반응이 있었나요?
△저희는 산하 사업장의 코로나19 병동 인력 부족 문제를 지속해서 알리고, 감염병동 인력 기준 마련을 요구해왔습니다. 그 결과, 서울시에서 코로나19 병동의 인력 기준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용역은 서울시 산하의 각 시립병원에 필요한 간호인력을 계산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희는 연구를 진행하는 곳과 간담회 등을 하며 의견을 전달하고 있어요. 다만 작년부터 진행되었는데 아직 결론이 나오지 않은 것을 보면 여전히 느린 감이 있습니다. 현장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부분도 존재하고요.
대구 1차 대유행 당시에는 의료연대본부를 비롯해 코로나19 환자를 맡는 대구 소재의 병원 노동조합들이 모여 공동대응을 진행했고, 대구시를 상대로 토론회 등 여러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대구시에는 1차 대유행 직후 감염병동의 인력 기준이 마련될 수 있었고, 현재도 이를 기반으로 코로나19 병동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간호사 늘리는 것보다 그만두지 않을 환경을”

- 정부가 지역 공공간호사제, 간호대학 정원 확대 등을 대안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이것이 실질적으로 간호 인력 문제 해결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지역 공공간호사제와 간호대학 정원 확대, 두 가지 모두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간호사가 오래 일할 수 있는 병원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러한 변화 없이 계속해서 간호사를 투입하는 것은 해결 방안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다고 물이 채워지는 것은 아니지요.
여러 자료를 보면 의사는 지역으로 갈수록 임금이 높아지지만, 간호사는 지역으로 갈수록 임금이 낮아집니다. 지역으로 갈수록 간호사 1인이 맡는 환자 수도 늘어납니다. 지역에서 간호사들이 일하지 않는 이유는 열악한 노동조건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역 공공간호사제는, 이러한 근본 원인은 가만히 두고 간호사를 현장으로 밀어 넣겠다는 것입니다. 지역 병원들이 간호사를 채용하기 위해서는 간호사의 업무 강도를 낮추는 등 노동조건을 향상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텐데, 정부가 나서서 간호사를 충원해주겠다 하니 이런 노력을 할 필요가 없어지기도 하고요. 더구나 의무복무 기간을 채우지 않았을 때 면허를 박탈하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협박입니다. 한편 간호대학 증원의 경우, 지난 수년 간 나왔던 대책입니다. 사실상 이미 실패했다는 걸 보여주고 있고, 더 이상 대책이 될 수 없습니다.

-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희의 이야기에 함께 목소리를 내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병원에 있는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어야 환자들도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간호 인력 부족은 우리 모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안전하게 일하는 것은 병원 노동자뿐만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최근 산업재해가 빈번히 일어나는 등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있습니다. 이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지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인터뷰 및 필자: ‘프로젝트팀 PEOPLE-19’ 김유빈 권예진 남진희 문예린 송진아 이형호 정무빈

본 기사는 Project People-19 인터뷰집 ‘PEOPLE-19: 열아홉 사람이 겪은, 열아홉 가지 코로나, 그들을 이야기하다’의 일부입니다. Project People-19의 활동은 텀블벅을 통해 후원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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