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소설을 만나다]강과 나

2021-08-25     고은율

지금 우리는 눈부신 문명을 이루고 살아가고 있다. 높은 빌딩들과 자동차, 대단한 기술력들이 그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그 문명을 최초로 세운 것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지금의 문명은 아주 똑똑한 엘리트들이 만들고 있다. 대기업의 사람들이나 과학자들, 그러나 옛날에는 좀 달랐다. 물론 설계도를 그리는 사람이나 서기 같은 직업들이 문명국을 건설했지만 그 토대를 마련해준 것은 ‘강’ 이었다. 

사실 강은 세계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다.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에 나온 것처럼 끝없이 흐르는 강, 그 강으로부터 생명이 나왔다. 물고기뿐만이 아니라 해조류 같은 다양한 생명들이 강에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 그 강 덕분에 지금의 우리가 살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은 강물을 바로 떠서 먹진 않지만,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 신석기시대에 도착해보면 사람들은 강물을 떠서 먹었다. 자연이 보존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들은 강 주변에 마을을 이루며 살았다. 강 주변에 요새를 치고, 강으로 나가 물고기나 조개를 잡아먹으며 풍족하게 살았다. 그리고 더 재미있는 것은, 신석기시대 말고도 다른 여러 나라의 고대문명을 일군 사람들이 강에서 살았다는 사실이다.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황하 문명 시대엔 사람들이 강 근처에 옹기종기 모여 살았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강은 한마디로 축복의 장소여서 사람들의 숭배를 받았던 것이다. 당시 사람들은 강이 또 하나의 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물이 생명을 먹여 살리며, 배로 여기저기 떠다니며 교류를 할 수 있으니. 이렇게 강은 조상들을 먹여 살렸고, 조상이 있기에 우리가 있는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난 강이 우리 인류의 어머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세계인들은 각각 조상은 다르지만 그 뿌리가 ‘강’이라는 한 곳에서 나왔으니, 지구인은 강의 은혜를 입은 것 같다. 그렇게 조상들은 강을 숭배했건만 요즘 사람들은 ‘각자 돈 벌고 살기도 힘든데, 강에 신경 쓸 시간이 어디 있어’ 하고 생각하는 것일까. 강은 꽤 오염됐고, 쓰레기도 둥둥 떠다닌다. 옛날 사람이 봤다면 충격 받을 일이다. 그래서 요즘 나는 물을 최대한 아껴 쓰려고 노력한다.

나에겐 강이 아주 중요한 추억을 담고 있다. 예준이와 체코 여행 때 갔었던 불타바 강. 이름이 특이한 이 강은 야경이 멋져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특히 ‘카를교’라는 다리가 예뻤다. 카를교에는 조각상들이 장식되어 있는데 교황의 조각상을 만지면 복이 온다고 해서 만진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유독 교황상 부근에만 사람들이 많았고, 반질반질한 때가 묻어있었다. 

강가에서 예술인들은 바이올린을 연주하거나 기타를 쳤고,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가와 그림을 파는 화상도 있었다. 그 날은 아주 맑은 날이라 사람이 많아서 천천히, 제대로 구경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중에 꼭 한 번 더 가보고 싶다. 

생각해보니 나는 바다나 계곡에 간 적은 많은데 강은 별로 가지 못했다. 그래도 강이 모이면 바다가 되고, 강이 나뉘면 계곡이 되니 바다나 계곡도 하나의 ‘강’이 아닐까. 그래서 난 강의 형제들을 아주 많이 만나봤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어렸을 때 계곡에서 싫다는 이모를 끌고 노는 날이 많았다. 그래도 이모도 나도 재미있었던 것 같다. 계곡에서는 다슬기를 잡거나 미끄럼틀을 타고 놀았다. 내가 간 계곡은 높은 곳은 물살이 빠르고 물이 얕은 편이였는데, 그 물이 낮은 곳으로 흘러갔다. 관광객들은 적당히 넓고 물도 잔잔한 낮은 곳에서 놀았다. 나도 대부분은 거기서 놀았지만 가끔 높은 곳에 올라가기도 했다.

높은 곳과 낮은 곳 사이에 물살이 빠르고 경사진 폭포가 있어 미끄럼틀처럼 타고 내려오는 아이들이 있었다. 튜브를 타고 자리를 잡고 앉으면 이모가 등을 밀어주었고, 나는 신이 나서 물살을 탔다. 얼마나 재미있던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기억이 난다. 높은 곳에서 더 깊숙이 안으로 들어가다 보면 풀이 아무렇게나 자라고, 물살이 더 빠르고 바위가 많은, 약간 위험한 공간도 있었다. 나는 가보고 싶었으나 이모가 말려 그냥 나오고 말았다.

만약 다음에 다시 그 계곡에 간다면, 난 그 끝까지 가보고 싶다. 양산의 이모할머니 댁에서 육촌 언니들과 하던 물총놀이도, ‘사람들 쪽으로 쏘면 안 되지’하고 교육하던 언니 목소리도…. 지금은 코로나로 못가서 많이 아쉽지만 이렇게 나의 추억 대부분은 강인 것 같다.
고은율(빛여울초등 6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