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별명 하나에도 영향 받습니다
[김경란 교수 자녀교육일기]
[김경란 교수 자녀교육일기]
어려서는 장난감이나 간식 때문에 형제자매가 다투지만 연령이 높아지면 형제자매가 서로 원하지 않는 별명을 부르다가 크게 다투는 일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부모님들께서는 ‘동생이 ○○라고 별명을 불러도 네가 ○○이 아니면 괜찮은건데, 왜 그까짓 별명을 불렀다고 서로 싸우고 울어?” 라면서 하찮은 일로 다툰다고 꾸지람을 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놀잇감을 양보하지 않겠다고 다투고, 자신이 좋아하는 간식을 더 먹겠다고 다투는 것 이상으로 자신이 원하지 않는 별명을 부르면서 심하게 다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형제자매들끼리 싸우는 동안 자신과 타인의 입장을 생각해보고 자신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게 되어 더 많이 성장하게 됩니다.
단지 형제자매들끼리 다투는 동안 부모님께서는 책·장난감을 던지거나 신체적으로 때리는 등 폭력적인 행동은 단호하게 안된다고 말씀하시고 자신의 기분이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도록 지도해주신다면 형제자매간의 다툼은 아이들이 성장하는 발판이 됩니다.
또한 자신의 욕구를 채워가기 위해 갈등을 표현하는 능력은 심리적으로 건강한 것이며 특히, 가정에서는 자녀가 화를 내면서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언어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도록 허용하셔야 합니다.
“갈등 표현 능력 억제 말고 키워줘야”
형제자매간의 갈등을 통해 만약 자신이라면 어떤 기분일지 이 들었을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자신과 타인의 감정에 대해 조망해보는 경험을 통해서 아이들은 성장합니다.
자녀에 대한 부모님의 사랑과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은 변함없지만, 형제자매끼리 다투는 갈등의 원인과 부모님의 애정표현에 대한 자녀의 태도는 변화합니다.
심리학자인 매슬로우는 인간이 성장하는 동안 5단계의 욕구가 있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첫 번째 단계의 욕구는 생존, 그다음 안전, 소속감, 자아존중감, 자아실현의 욕구로 단계가 변화한다고 말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생존을 위해 음식과 안전이 보장된다면 그 다음에는 가정과 학교 등에 소속감을 갖고 부모와 교사의 애정을 통해서 자신이 소중한 사람으로 존중받을 때 자아존중감의 욕구가 만족된다고 했습니다.
즉 자녀의 자아존중감 욕구를 채워줘야만 자녀가 자신의 삶에 대해 노력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기에 자아존중감의 만족은 자녀에게 가장 중요합니다.
특히 요즘 우리 아이들은 물질에 대한 욕구가 채워진다고 해도 존중받고자 하는 마음을 채워주지 못해서 자신이 소중한 사람이라는 느낌에 대한 갈증이 커지고 있습니다. 형제자매를 비교하는 가정 분위기에서 형제자매보다 자신이 우월한 것이 없다고 느끼는 자녀라면 자신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에 대해 더욱 민감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형제자매가 갈등을 보이는 근본적인 원인은 “누가 더 부모님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지?”입니다. “오빠는 안 그러는데 너는 왜 옷을 입을 때마다 투정을 부려?” 혹은 “동생은 준비물도 잘 챙겨가는데 오히려 언니가 준비물을 빠뜨리고 학교에 가? 동생만도 못하네!” 이렇게 아이를 비교하는 말은 형제자매간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아이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게 됩니다.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주변 사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모나 교사가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더욱 중요합니다.
“지금 부모 말씀이 자녀의 미래 모습”
타인의 기대나 관심으로 인해 능률이 오르거나 결과가 좋아지는 것을 ‘피그말리온’ 현상이라고 합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조각가 피그말리온의 이름에서 유래한 심리학 용어로 조각가인 피그말리온이 여인상을 조각하고 날마다 그 여인상이 사람이 되어 자신의 아내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드디어 자신이 조각한 여인상이 사람으로 변해서 피그멜리온의 아내가 되었다는 이야기인데 타인의 기대나 바램으로 결과가 만들어진다는 현상을 말합니다. 심리학에서는 타인이 자신을 존중해주고 좋은 모습을 기대하면 그 기대에 노력하여 기대하는 모습으로 성장한다는 것입니다.
1968년 하버드 대학교 사회심리학과 교수인 로젠탈과 20년 이상 초등학교 교장을 지낸 제이콥슨이 초등학교 전교생을 대상으로 지능검사를 한 후 검사 결과와 상관없이 무작위로 한 반에서 20% 정도의 학생을 선발하였습니다. 그 학생들의 명단을 교사에게 주면서 지적 능력이나 학업 성취의 향상 가능성이 높은 학생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8개월 이후 교사의 기대와 격려로 이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보다 학교 성적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지금 부모님께서는 소중한 자녀에게 어던 말씀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계십니까? 부모님께서 자녀에게 하는 말은 먼 훗날 만나게 될 자녀의 미래 모습입니다.
문의 : kimklan@kwu.ac.kr
김경란 (광주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