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정부기관이라도 휴업은 임금 감소로 이어져”

[코로나19 속 사람들] 3부_얼어붙은 경제, 코로나에 걸리다 (6)아시아문화원 (공공운수노조) 이우제 지회장 ‘PEOPLE-19’ 열아홉 사람이 겪은, 열아홉 가지 코로나

2021-09-02     people19
이우제 지회장(오른 쪽)과 people19 정무빈(왼쪽) 씨.

[코로나19 속 사람들] 3부_얼어붙은 경제, 코로나에 걸리다
(6)아시아문화원 (공공운수노조) 이우제 지회장
‘PEOPLE-19’ 열아홉 사람이 겪은, 열아홉 가지 코로나

 

 학생운동단체인 전국학생행진이 만든 프로젝트 그룹 ‘Project People-19’가 최근 인터뷰집 ‘PEOPLE-19: 열아홉 사람이 겪은, 열아홉 가지 코로나, 그들을 이야기하다’를 세상에 내놓았다. ‘Project People-19’는 지난 3월부터 코로나가 바꾸어놓은 모두의 삶을 들여다 보기 위해 발로 뛰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인터뷰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 언제 일을 그만둘지 모르는 특수고용노동자, 양육 부담이 더욱 커진 여성,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된 이주노동자, 심각한 과로와 감염 위험에 노출된 보건의료인과 콜센터 상담사, 거리로 쫓겨나고 있는 항공업계 사람들, 더욱 좁아진 취업문에 허덕이는 청년까지….
 본보는 ‘Project People-19’가 진행한 19명의 인터뷰를 내용에 따라 4부에 나눠 연재한다. 코로나를 계기로 드러난 한국사회의 문제들에 주목하고, 그 이면의 구조적 원인을 들여다 보며,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자 하는 ‘Project People-19’의 요청에 부응함이다. <편집자주>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간을 피하게 되었다. 시민들에게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극장, 문화 센터, 문화원들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끊겼다. 광주 광역시에 위치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전당)에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국립아시아문화원(이하 문화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어떤 상황에 놓였을까? 문화원이 휴관을 하면서 임금이 감소하거나, 바이러스 감염 위험에 노출되지 않았을까? 프로젝트 ‘PEOPLE-19’은 이러한 질문을 가지고 아시아문화원지회 이우제 지회장을 만나 인터뷰하였다. 
 
 -아시아문화원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자기소개와 아시아문화원은 평소에는 무엇을 하는 공간인지를 설명해주세요.
 △저는 아시아문화원에서 2017년부터 융복합 콘텐츠 개발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우제입니다. 20년부터 공공운수 아시아문화원 노조 지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아시아문화원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관입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란 특별법(이하 특별법) 27조, 28조에 의해 설립된 준정부기관입니다. 전당이 문화원의 운영비와 예산을 지원하고 문화원은 그것을 받아서 콘텐츠를 생산해서 전당에 제공합니다. 전당에서 제공되는 대부분의 콘텐츠는 아시아문화원에서 생산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당은 콘텐츠를 관리하는 것이지요.
 
 -광주지역에 대표적인 공공노동기관인 아시아문화원도 코로나19를 피할 수 없었는데, 아시아문화원이 코로나 방역에 소홀한 부분이 있다고 들었어요. 어떤 부분이 소홀했고, 또 어떤 부분을 노조가 고치려 노력했는지 듣고 싶습니다.
 △초창기에 문화원 소속 직원 가족분이 해외 출장을 다녀온 뒤 코로나에 걸려 집에서 자가격리를 했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그 직원분이 계속 출근했지요. 당시는 코로나 초기로 방역당국의 역할과 지침이 아직 명확하지 않은 시기였습니다. 때문에 방역과 확산 방지에 대해 문화원의 역할이 중요했고굚 해당 직원의 자가격리 및 검사진행을 주도했었어야 하는데, 직원의 1차 접촉자인 팀원과 일부 접촉자에게 검사받고 오라는 정도로 회사의 조치는 끝났어요. 그렇기 때문에 직원들은 불안감을 안고 각자 코로나에 대비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 노동조합이 문화원에게 문화원 자체 방역지침을 요구했어요. 그런데 문화원은 ‘전당이 지침을 만들지 않는데 우리가 먼저 만들 수 있겠느냐’는 입장이었어요. 또 ‘정부 방역지침이 상세히 있는데 문화원이 방역지침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있었죠. 하지만 저희가 구체적으로 원했던 것은 인원수 제한 정도만 결정하는 두루뭉술한 방역지침이 아니라 정확한 ‘행동지침’이었죠. 예를 들어 실내에 몇 명이 들어가야 하는지, 직원 중에 코로나 환자가 발생할 경우 이들을 어떻게 격리할 것인지, 관람객 중에 확진자가 다녀갈 경우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 구체적인 행동지침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문화원은 정부 방역지침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었고, 나중에 독자 방역지침을 만들긴 했는데 정부 방역지침을 복사한 정도였지요. 
 
 -코로나 문제로 인한 휴관 문제를 문화원도 비껴갈 수는 없었을 것 같아요. 휴관이 어느 정도 이뤄졌는지, 어느 정도로 임금이 감소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문화원은 작년에 두 번에 걸쳐서 101일 정도 휴관했습니다. 아시아문화전당 노동자들은 온전히 휴업으로 버티셨고 문화원 쪽은 노동조합이 있어서 조합에서 출근 대기를 보장해주기도 했어요. 출근을 대기하거나 재택을 할 때도 있어서 101일을 전부 휴업하지는 않았어요. 이게 노동조합 유무의 차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휴업하게 되는 경우 평균임금의 70퍼센트를 받게 돼요.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200만 원 받는 사람이라면 한 달 휴업시 140만 원을 받는 거예요. 한 달 정도는 버틸 수 있겠지만 그게 두 세 달 계속되면 어떻게 될까요? 받는 임금 수준마다 부담이 조금씩 다르겠지요. 월급은 500만 원인데, 70%로 350만 원정도 받으면 어떻게든 생활할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200만 원인 사람이 140만 원 받게 되면 다가오는 크기가 350만 원이랑은 다릅니다. 똑같은 평균임금 70%라도 근본적으로 소득이 큰사람이랑 작은 사람이랑 편차가 크게 나지요.
 그래서 휴업 임금에 불안을 느끼거나 힘들어하는 분들이 계셨었어요. 또 원래 낮은 급여를 시간외근무수당으로 채우시는 분들도 있었는데 이분들은 휴업기간에 수당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실질적으로 임금저하를 겪었어요. 자연스럽게 생활에 어려움으로 작용했죠. 
 
 - 다음 질문으로 문화원 전체가 재택근무로 전환해야 하지만, 사무직이 아닌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재택 전환이 사실상 어려운 일인 것 같은데요. 재택근무 관련 어려움이 있었다면 이야기를 해주세요.
 △공공기관은 휴업 기간 일정 수 이상은 재택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어요. 문화원은 준정부기관이기 때문에 그 원칙을 따라야 합니다. 노조가 요구하지 않더라도 문화원은 재택을 진행해야 했었는데, 문화원이 재택을 좀 늦게 진행했어요. 문화원은 재택 시스템을 도입 중이라 주장했고, 실랑이를 한 달 반 지속하다가 사무직이 재택근무를 시작했어요. 문제는 현장직에서 발생했어요. 코로나 초기, 현장직은 출근 후 대기만 하고 있었어요. 좁은 방에서 옹기종기 모여서,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위험했죠. 운이 없어서 전파가 되면 모여 있는 모두가 전염되니까요. 모여 있는 것이 웃긴 상황이고, 모여 있지 않은 것도 좀 그렇고, 애매한 상황이었어요. 그 이후 출근 대기도 끝나고, 2주 정도 휴관하는 상황이 왔어요. 그때 현장직들이 휴업에 들어가면서 임금의 70%를 지급받았죠. 그 휴업이 길어지면서 생활고에 부딪히기도 했어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조합이 재택근무를 먼저 제안했어요. 문화원은 현장직 같은 경우에는 그 업무가 현장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재택이 불가능하다고 말했어요. 그러나 노동조합은 ‘현장직이라도 현장에서 업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업무효율을 높이기 위한 교육 등의 방법도 있을 수 있다’고 말하며 대안을 제시했죠. 사측의 거부감에도 노조의 요구가 받아들여져, 문화원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재택이 적용되게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문화원은 휴업기간에 재택을 통해 어느 정도 임금을 보전했지만, 전당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우리 노동조합이 역할을 했고, 노조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주는 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을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코로나 기간을 거치면서 국가와 지자체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독자여러분들이 직점 체험해 잘 알고 계실것으로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직원과 조합원의 입장에서는 회사의 결정이 큰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코로나 방역 뿐 아니라 회사의 모든 결정사항이 직원과 조합원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이 좋은 방향이 될 수 있도록 감시하고 견제하는 조직이 필요하며, 그 역할을 노동조합이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자께서 보시기에 불합리하고, 이해하기 힘든 일을 조합이 진행한다고 해도, 그 내용을 살필 때 노동조합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음을 이해해 주시고, 따뜻한 시선으로 관심가져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인터뷰 및 필자: ‘프로젝트팀 PEOPLE-19’ 김유빈 권예진 남진희 문예린 송진아 이형호 정무빈

 본 기사는 Project People-19 인터뷰집 ‘PEOPLE-19: 열아홉 사람이 겪은, 열아홉 가지 코로나, 그들을 이야기하다’의 일부입니다. Project People-19의 활동은 텀블벅을 통해 후원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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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 한 이야기: 아시아문화원 지회의 투쟁 

 아시아문화원 노조는 코로나 위기 대응뿐 아니라, 아시아문화원 특별법 개정(이하 아특법)으로 인한 존폐 위기에 맞서 투쟁하고 있다. 2021년 3월 3일, 더불어민주당 이병훈 의원이 아시아문화전당과 문화원의 ‘효율성’을 증대하기 위하여 아특법 개정안을 의회에 발의했다.  그러나 이병훈 의원의 근거는 매우 빈약했고 개정안이 대규모 노동자 해고를 유도할 수 있어 아시아문화원 지회는 개정안에 반발했다. 이후 개정안을 발의한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포함해 정치·노동·시민·사회단체 대표 17명과 함께 2020년 11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운영 정상화를 위한 협약서’를 체결했다. 협약서에는 “개정안 통과 이후 제 규정 개정 및 문화전당 운영 과정에서 전원 고용승계 및 근로조건의 불이익이 없도록 정부의 적극적 이행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2021년 3월 아특법 개정안이 통과될 때 협의서의 내용은 반영되지 못하였다. 고용승계에 대한 7가지 조항 중 단 한 가지 조항만 남고, 다른 6가지 조항은 모두 삭제되었다. 결국 아시아문화원 직원들이 재단으로 ‘정원 내’ 고용 승계된다는 내용만 남게 되었다. 즉 재단의 정원이 50명이 된다면 200명이 넘는 아시아문화원 직원이 일자리를 잃게 될 수 있는 불안정한 상황이 된 것이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아시아문화원 노동자 전원의 고용승계를 약속한 상황이지만, 구체적인 고용승계 방식, 인원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아시아문화원 노동자들은 이에 맞서 역할에 맞는 고용승계, 전원 고용승계 등을 요구하며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