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 금방 싫증내는 아이, 격려가 필요합니다
[김경란 교수 자녀교육 일기]
[김경란 교수 자녀교육 일기]
급변하는 미래사회에 살아갈 자녀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자녀가 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말하면 부모님은 서둘러 학원에 등록해주는데, 자녀는 한 가지를 진득하게 하지 않아 속이 탄다고 제게 도움을 청한 부모가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아이가 태권도 학원에 가고 싶다고 해서 등록해주었더니 2개월도 되기 전에 그만두었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수영과 중국어, 미술학원도 아이가 배우고 싶다고 해서 시작했지만 모두 2~3개월 무렵 그만두었다고 했습니다.
자녀가 학원에 가고 싶다고 했을 때 자녀와 꼭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데 태권도를 배우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지, 수영과 중국어, 미술은 왜 하고 싶은지 아이의 생각을 묻고 자녀를 살펴보셔야 합니다.
실제 아이는 하얀 도복을 입고 흰색 9급 띠부터 시작해서 승급을 하여 검정띠도 메고 싶었지만, 아이는 기대했던 것보다 승급을 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동작의 순서를 외워야하는 것이 어려웠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머님은 아이가 태권도 학원은 가기 싫고 또 다른 학원에 가고 싶다고 말하자마자 아이가 원하는 학원에 등록해주었다고 했습니다.
이 때 자녀와 함께 학원에 가고 싶은 이유와 학원을 그만두고 싶은 이유를 묻고 어떻게 하면 등록한 학원에 계속 다닐 수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만난 아이 중에 태권도 학원에 다니다가 금방 가지 않겠다던 초등학교 2학년 남자아이가 있었습니다. 어머님께는 태권도 학원에 가면 기합소리가 너무 커서 깜짝깜짝 놀라기 때문에 태권도 학원을 그만다니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이에게 물어보았을 때에는 “태권도 동작의 순서가 너무 어려워요. 그래서 힘들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한 달도 안되어 검도학원에 등록했는데 이번에는 1년 이상 열심히 다녔습니다.
어머니께는 ”형아들이 검도하는 모습이 멋있어서 나도 검정 도복을 입고 싶어서“라고 말했지만 제게는 ”검도학원에는 검도를 마치면 관장님이 넓은 검도장에 긴 기차 트랙을 설치해주시고 친구들과 기차놀이를 마음껏 할 수 있어서 재미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이의 눈으로 보면 무엇을 배우고 싶거나 학원에 가는 이유가 성인이 생각한 이유와는 무척 큰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어 학원에 가겠다고 말할 때 아이에게 이유를 묻고 세심하게 관찰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겉으로는 멋진 모습이지만 실제 그 수준에 이르기까지 노력하는 과정을 꼭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야 의미있는 교육적 활동이 될 수 있습니다. 모든 활동은 달콤한 입문 수준의 맛보기를 경험하고 심화과정이 시작되면 암기할 것이 많아지고 반복하는 동안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그 순간 아이는 다시 쉽게 배울 수 있는 입문수준을 경험하는 새로운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될 수 있습니다. 어머님께서는 자녀가 원할 때 언제나 신속하게 제공해주셨기 때문에 아이는 힘들게 반복하는 경험이 시작되면 다니던 학원을 그만두고 또 새로운 학원에 가곤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중국어에 관심이 생기면 중국어가 왜 필요한지, 수영에 관심이 생기면 왜 수영을 배워야하는지 아이와 충분하게 이야기를 나누시기 바랍니다. 배우고 싶은 수영, 중국어, 미술 등 프로그램에 대해 알아보고 학원에 등록하기 전에 아이와 함께 학원도 방문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등록을 하기 전에 프로그램의 수강 단계에 대해 확인하시고 단계별로 기간을 정해서 자녀와 함께 목표를 세우셔야 합니다. 어머님께서는 배우고자 경험에 따라 학원에 서둘러 등록하기 보다는 조금 더 아이의 경험에 의미를 두고 미리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단계별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보시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아이가 원하는 시점에 중단하기보다는 어떤 목표를 달성해야하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자녀와 기간과 목표에 대해 약속을 하고 약속에 책임을 가질 수 있도록 자녀와 함께 계획하고 정해진 기간 동안 지속했을 때 학원수강이 교육적으로 의미있는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미술학원에 다녀오면 “오늘은 무엇을 그렸어? 오늘 그린 사과 그림은 집에 가지고 오면 액자에 넣어서 할머님 생신 선물로 드릴까?” 그렇다면 아이는 자신의 작품을 존중하는 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미술학원에서 그림을 그리는 동기유발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자녀가 학원에서 교육받는 지금의 시간이 자녀의 일상경험과 연관지어 더 많은 의미가 되어서 자신이 더 열심히 해야하는 이유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문의 : kimklan@kwu.ac.kr
김경란(광주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