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학교, 돌봄은 누가 메우고 있는가
[코로나19 속 사람들] 4부_코로나 이후 남겨진 사람들 : 여성, 돌봄, 이주 (10)양육자 이지현 님 인터뷰
[코로나19 속 사람들] 4부_코로나 이후 남겨진 사람들 (10)양육자 이지현 씨
코로나로 초등교육 원격수업이 시작되었다. 등교하지 않는 아이들은 집에 남았다. 아이와 부모에게 공백은 교육에만 있지 않았다. 학교가 자연스럽게 맡아왔던 돌봄에도 큰 공백이 생겼다. 돌봄의 공백을 누가 메꾸어야 할까? 사회가 대처하지 못하는 동안, 돌봄의 책임은 고스란히 양육자들에게, 특히 여성 양육자들에게 돌아왔다. 피플 19은 양육자들이 겪고 있는 고충에 대해서 듣기 위해, 2명의 초등학생을 양육하고 있는 양육자 이지현 씨를 인터뷰하였다. 인터뷰를 통해 양육자가 겪고 있는 독박육아의 고통, 돌봄과 교육공백에 대한 불안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자기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천안에 살고 있어요. 나이는 마흔 한 살이고, 이름은 이지현입니다. 직업은 주부입니다. 4인 가족을 이루어 살고 있어요. 가끔 분식집 알바를 나가고 있습니다.
“원격 비대면 수업…엄마만 찾는 아이들”
- 작년 코로나가 심각해지면서 유치원, 어린이집, 학교 등이 문을 닫았습니다. 특히 초등학교가 원격 비대면 교육을 하는 상황에서, 초등학생 자녀를 두 분을 키우고 계신데요. 어떤 어려움을 겪으셨는지 말씀 부탁드려요.
△제 생활이 아예 없어졌다는 것이 우선 크네요. 또 바깥 외출이 없어져서 아이들 생활패턴이 바뀌었어요. 이를 바로잡는 것이 어려웠어요. 그리고 식사와 간식량이 늘어서 식비가 늘었던 것이 있는 것 같아요.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까 전기세가 많이 들고 한 점도 있죠. TV도 24시간 틀고 있고, 어린이집 아이도 아녀서, 혼자 장난감 가지고 노는 것도 아니고요. 컴퓨터, TV를 보다 보니 게을러지고, (아이들이) 컴퓨터만 계속 하게 되고요.
제 입장에서는 집안일을 마무리하는 데 휴식이 없었다는 것이 제일 큰 어려움이었던 것 같아요. 저도 혼자 있고 싶고 쉬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방에 가서 혼자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그때 아이들이 엄마를 찾고, 엄마를 부르고 하다 보니까 휴식이 휴식 같지가 않았습니다.
-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도 부족해지면서 심리적인 문제도 있을 것 같은데요. 최근 들어서 코로나 19로 코로나 블루라고 해서 우울증이 심해졌다는 기사들이 보도되고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는 어려움을 겪으셨는지요?
△그런 어려움도 겪기도 했죠. 확진자가 가까이서 발생하면, 집에서 하루 종일 아들 둘이랑 같이 있었야 해요. 서로 맞추는 것이 힘들죠. 한 명이 이거 하면, 다른 한 명을 또 돌봐야 하고, 삼시 세끼를 계속해줘야 하고요.
저는 거의 밥순이였어요. 집에서 밥만 하는 사람. 밤 되면 모든 것이 끝나는 데, 식사 마치고 나면 부엌에서 퇴근아닌 퇴근을 해요. 퇴근(?)해서는 친구들하고 카톡으로 수다 떨면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풀었던 것 같아요. 주부인 다른 친구들도, 서로 상황이 비슷하다 보니까 공감을 잘 해줬던 것 같아요.
“아이들 무너진 생활 패턴…바로잡기 어려워”
- 생활 패턴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해주셨던 것 같아요. 학교는 등교 시간이 정해져 있고, 학교에서 생활지도를 해주기도 했었는데요. 학교를 안 가다 보니까 그런 생활 패턴이 무너졌다고 이해해도 될까요?
△코로나로 인해 집에만 있다 보니까 (문제가 생겼죠.) 아이들이 학교에 갔을 때는 규칙적으로 일어나고 잘 자고 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핸드폰, 컴퓨터, TV만 반복하는 생활을 하다 보니까 패턴이 무너졌어요. 밤 1시에도 안잘 때도 있고, 아침 10시, 11시에 일어나는 경우가 있고, 이걸 바로 잡는 것이 진짜 힘들었습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6학년 아이가 게임 중독이 되어서 그걸로 많이 싸우고 있는 편이에요. 다행히 지금은 처음보다는 많이 좋아진 상태이고요.
- 학교나 학원·기관 등 공공기관이 돌봄을 일정 맡아주는 부분이 있었는데, 지금 시기에는 양육자에게로 많이 전가가 되는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해주신 문제들을 남편분과 분담해서 해결하기는 어려웠나요?
△남편하고 이런 대화를 잘 나누지 못하겠어요. 혼자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 생깁니다. 저희 신랑은 회사에 대해서만 집중을 하니까 주부들의 고통을 잘 모르는 거죠. 공감능력이 많이 떨어져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남편은 교대근무를 하다 보니까 시간이 안 맞아요. 주말이 4개월에 한번 씩 있는 꼴이에요. 주말에 쉬는 시간이 거의 없어요. 놀아주는 시간도 거의 없고, 남편은 피곤하니까요.
아이들 쉬는 날, 남편도 쉬면 (남편이) 애들 보고 저는 외출하는 그런 정도입니다. 그나마 코로나로 인해서 어차피 나가서 활동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까 남편도 쉬는 날에 집안일을 도와주는 편이긴 하죠. 하지만 아이들 캐어는 제가 거의 담당하고 있어요.
- 정부에서 온종일 돌봄 등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여 돌봄 공백이나 교육 공백을 매우겠다 선언한 바 있습니다. 사회의 교육 기관 공공기관 방과 후 학교 이런 것은 이용하고 계시는지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요. 학교에서 공고가 와도 고민하지 않아요. 아무래도 감염 때문에요. 접촉을 많이 하지 않도록 잘 이용 안 해요. 급식 같은 경우도 먹지 않고 오는 아이들이 훨씬 더 많거든요. 공공 돌봄에서도 감염 같은 것이 있을 수 있으니까, 잘 이용을 못 하겠어요.
“공부 공백…사교육에 교육 격차 심해져 ”
- 비대면 교육으로 대체되면서 발생한 아이교육 상의 문제는 없었나요?
△원격은 거의 교육이 잘 안 되지요. 애들이 가만히 앉아서 (수업을 듣질) 못하잖아요. 원격으로 (수업)하는 것은 엄마가 더 스트레스를 받아요. 강의 듣는 건 제가 거의 다했다고 보면 되어요. 아이들이 원격으로 듣는다고 해도 머리로 들어오지는 않았어요. 이 부분이 정말 아쉬웠던 것 같아요.
이런 공부 공백은 정말 바로잡고 싶어요. 제 아들이 올해 3학년인데, 2학년 때 학교를 아예 가지 않았어요. 교육이 아예 안 되고 수준도 파악이 제대로 안 되고. 공부할 시기를 아예 놓쳐버린 것이죠. 아이들이 공부할 시기에 (놓친게) 제일 불쌍해요. 아이들은 커야 하는 과정이고 배워야 하는 과정인데 이런 것을 못하고 있어서, 배워야 할 시기를 놓치고, 어떻게 보면 학년을 꿇은 것이잖아요.
준비해야 할 시기에 매일 놀고, 학교에 가기 싫어하고, ‘코로나 때문에 학교 안 갔으면 좋겠다’ 이런 말을 하니까 걱정이지요. 다른 사람들은 돈 많은 사람이랑, 가난한 사람, 아이들이 차이가 난다고 말을 많이 해요. ‘여기저기 학원을 다 보내서 성적 올린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이 딱 떨어져 있다. 차이가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 코로나 19시기에 두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제도적, 정책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게 있으신지요?
△정부 정책에 대해서 잘 알진 못해요. 그냥 이 사태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고요. (이후에는) 방과 후 같은 지원이 많이 늘면서, 아이들이 놀이할 수 있는, 참여할 수 있는 강의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접하는 독자들에게도 이야기 해주실 게 있으신지요?
△아이들을 케어하는 모든 엄마 화이팅입니다. 그 말 밖에는 해드릴 수 있는 말이 없는 것 같아요. 마스크 빨리 집어 던지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및 필자: ‘프로젝트팀 PEOPLE-19’ 김유빈 권예진 남진희 문예린 송진아 이형호 정무빈
본 기사는 Project People-19 인터뷰집 ‘PEOPLE-19: 열아홉 사람이 겪은, 열아홉 가지 코로나, 그들을 이야기하다’의 일부입니다. Project People-19의 활동은 텀블벅을 통해 후원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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