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제 그만 만날까?

[풍경+생각] 마스크

2022-01-11     채정희 기자

   우리 이제 그만 만나자.

 성격 차? 그거라곤 못하겠다.

 숨이 차! 정도로 할게.

 아니 진짜 이유는 다른 만남을 위해서야.

 

 첫 만남, 강렬했지. 어찌 잊을까.

 오매불망 간절함에 너 찾아 거리 헤맸던 기억이 선해.

 그 넘치는 구애 행렬에 상봉 일까지 요일로 나눴잖아.

 벌써 2년여 전이네.

 

 이후, 참 오래 붙어 다녔지.

 먹고 잘 때 빼놓곤 늘 함께였던 것 같아.

 낯섦을 이토록 익숙게 한 시간의 힘이라니.

 그런데, 그 익숙함이 다른 설렘을 찾게 만들더라.

 

 여름에도 붙어 다녀야 한 건 차라리 고통이었지.

 진땀을 피할 수 없었던 날들의 연속.

 겨울엔 좀 나았나?

 몸을 감싸 온기를 더해준 건 고마웠어.

 덕분에 감기는 모르고 살았던 것 같아.

 

 지금도 네가 필요 없는 건 아냐.

 너와의 인연은 질겨서 다시 엮일 일 많을지도 알아.

 미세먼지 혼탁한 날이면 또 제일 먼저 생각나겠지.

 

 그러하나, 이젠 가끔만 그리워하자.

 다른 만남도 필요하잖아. 삶은 계속되니까….

 그동안 너 때문에 포기했던 걸 회복하고 싶어.

 너와 결별해야만 가능한 세상, ‘일상’을….

   (포항 호미곶 동상과 마스크)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