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캐릭터들의 총동원
[조대영의 영화읽기]‘몬스터 호텔’
견고했던 월트디즈니의 독주를 막아 세우며,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춘추전국시대를 열었던 작품은 ‘슈렉’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영화가 월트디즈니의 주요 캐릭터들을 한자리에 모아 비틀고 망가뜨리며 관객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다는 점이다. 그렇게 ‘슈렉’은 드림웍스를 만천하에 알리는 일등공신이 되었다.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을 제작하긴 했지만, 애니메이션제작사 중에서 브랜드가치가 그리 높지 않았던 소니 픽쳐스는 ‘슈렉’의 성공담을 참조 했을 만하다.
‘슈렉’이 그랬던 것처럼, ‘몬스터 호텔’도 우리에게 익숙한 괴물들을 한자리에 선보이기 때문이다. 하여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 미이라, 늑대인간, 투명인간 등이 등장하고, 좀비들이 활약하는가 하면, 아기자기한 군소캐릭터들이 총동원되며 괴물들의 한바탕 소동이 펼쳐지는 것이다.
이러한 물량공세는 흥미롭긴 하다. 영화 초반, 호텔로 입성하는 몬스터들의 각양각색 등장 시퀀스는 관객들에게 기대감을 한껏 높여주기 때문이다.
이야기도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이 괴물들이 인간을 두려워한다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몬스터 호텔’은, 호러영화에서 관객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괴물캐릭터들을 살짝 비틀어서, 공포의 발신자에서 웃음을 주는 존재들로 탈바꿈 시키는 것이다. 시쳇말로 그들은 ‘허당’이 된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본다면, 몬스터들이 순박한 주인공들이고 인간이 공포의 대상이라는 역발상은, 인간중심적인 통념을 벗어나보겠다는 상상력의 발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 괴물캐릭터들이 입체적이지 못하다는 데 있다. 말 그대로 그들은 그들의 이름에 걸 맞는 이름값을 하지 못한다. 단지 그들은 이름만 빌려준 것처럼 보이고 각자들에게서는 톡톡 튀는 개성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영화가 그나마 활기를 띠게 되는 것은 괴짜인 조니가 호텔에 찾아들면서부터다. 인간을 꺼려하는 곳에 왈가닥청년 한 명이 방문하여, 호텔을 아수라장으로 만들며 영화에 활력을 불어 넣는 것이다.
‘몬스터 호텔’은 이 개성 넘치는 청년과 드라큐라의 딸인 마비스가 눈이 맞도록 설정하여 영화적 재미를 증폭시킴과 동시에 전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을 심어 놓는다.
딸을 애지중지 사랑하는 아버지 드라큐라는 딸이 인간과 만나는 것을 반대하고, 딸은 청년에게 반했으니 갈등이 생겨나는 것은 당연하다. 이로써 이 영화의 관객층은 확실해 진 셈이다. 부모가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함께 보는 가족나들이용 영화가 ‘몬스터 호텔’인 것이다.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부모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마비스의 마음에 동화될 것이고, 자식 때문에 가슴 졸이는 부모들은 아버지 드라큐라의 헌신을 응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그렇다면 ‘몬스터호텔’의 임무완수는 끝난 것일까. 꼭 그렇지 많은 않은 것 같다.
국내 관객들에게 국한해서 말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괴물캐릭터들은 철저하게 서양의 문학과 영화에서 탄생한 오래된 괴물들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를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몬스터들의 배경지식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데 아쉽게도 우리의 관객들은, 특히 소년소녀들은 이들에 대한 기초지식이 빈약한 것이 사실이다. 이는 곧 ‘몬스터 호텔’이 준비한 만찬을 충분히 즐기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내 관객들의 이런 사정과는 무관하게, ‘몬스터 호텔’은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았다. 이로써 소니 픽쳐스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무시할 수 없는 브랜드가 된 것이다.
조대영(영화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