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들의 진귀한 집들이
[풍경+생각]
올해도 백로들이 돌아왔다.
여름 철새의 대표격인 이들은 해마나 이맘때쯤 도심 곳곳에서 목격된다.
동림동 주공아파트 뒷산, 운암동 서강고 인근 수풀, 광천초교 인근 공원 등이 광주지역의 대표적인 철새 군락이다.
수백여 마리의 하얀 군무는 말 그대로 장관이지만, 인간과의 공존은 늘 과제였다.
소음에 시달리고, 분변 냄새로 고통이라는 민원이 끊이지 않는 게 이 무렵이기도 하다.
“올해는 얘들이 어디에 터 잡을까?”
해서 군락지 주변 사람들의 노심초사 역시 이 시기 최고조에 달한다.
이같은 인간들의 고충을 헤아린 것일까?
올해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일단의 백로 떼와 조우했다.
서구 광천동 대로변이다. 광주의 대표적 번화가 중 한 곳인 교원공제회관 4거리 주변 가로수 곳곳에 둥지들이 촘촘하다.
고개 들면 눈에 띄는 하얀 점점, 백로들이다.
어림 셈으로도 백여 마리는 될 법하다.
수많은 차들 질주가 이어지는 8차선 도로와 이질적인 풍경의 조우다.
이런 곳에 터를 잡다니… 용기일까, 무모함일까, 아니면 절박함일까?
“그럴 수 있다.” 철새 전문가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광주천이 가까워 먹이 활동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새들에겐 물 가까운 곳이 명당이라는 말씀.
“이미 도시에 적응해 텃새화했다”는 점도 번화가 살이 근거로 덧붙인다.
이 거리를 지날 때면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볼 일이다.
‘눈 호강’ 진귀한 풍경에 발길을 멈추지 않을 수 없을 테다.
느닷없는 봉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하늘 바라기’는 필수다.
그러나 혹 변을 당하더라도 너무 노여워 마시길.
‘새똥 맞으면 재수 좋다’는 속설이 그럴싸하니….
채정희 기자 goodi@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