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책 읽어주기’ 남다른 의미
[김경란 교수 자녀교육 일기]
어려서는 책을 읽어달라고 날마다 조르던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책읽기를 좋아하지도 않고 책을 읽고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해서 걱정이라는 부모님의 고민을 들었습니다. 부모님들은 책읽기를 좋아하는 자녀가 학업 성적도 높다는 연구 결과를 잘 알기에 책읽기를 좋아하는 자녀로 키우고자 더욱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제 최근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부모가 생후 7개월 자녀에게 책을 자주 읽어주면 아이가 13개월이 되었을 때 단어를 더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책읽기에서 발달시켜야하는 가장 중요한 능력은 문자를 읽고 쓰는 능력보다 어휘의 의미를 아는 것입니다. 어린 아이들이 책을 읽어달라고 조르는 이유는 부모님 곁에서 신체적인 밀착 상태, 스킨쉽을 즐기고 싶은 욕구 때문입니다. 아이들의 놀이 중에서 부모님과 신체적으로 가장 가까운 활동은 책 읽기이고, 책을 읽어달라고 조르면 분주한 부모일지라도 시간을 할애하여 책을 읽어주기 때문에 자녀는 긴 시간 동안 부모님과 신체적으로 친밀한 경험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책에 대한 관심보다는 부모와의 신체적 밀착과 눈맞춤을 통해 부모님의 애정과 관심에 더욱 즐거운 경험을 하게 되고 이렇게 부모님과의 즐거운 경험이 점차 책에 대한 즐겁고 행복한 경험으로 전이되어 책을 좋아하는 태도를 형성하게 됩니다.
우리의 한글은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창제된 표음문자로 초등학생 정도면 읽고 쓸 수 있어서 부모님들은 아이가 빨리 한글을 알아서 부모의 도움없이 책을 많이 읽고 책읽기를 좋아하는 아이가 되기를 원합니다. 그런데 글자를 아는 것과 글자의 의미를 아는 것은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글자의 의미를 이해하는 어휘력입니다. 어린아이의 어휘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독서 방법은 성인이 소리내어 읽어주는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많습니다. 성인이 책을 읽어주는 것이 아이들의 독서습관을 형성하고 어휘력 향상에도 가장 효과적인 비법으로 현재 독일, 핀란드 등 교육 선진국에서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책읽어주기 독서 캠페인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 학습이 완성되지 않은 아이들은 새로운 단어를 듣고 맥락적으로 어휘를 이해하면서 새로운 어휘 습득이 가능해지는데 어휘를 알아야만 모든 교과목의 학습이 가능합니다. 또한 새로운 환경과 정보에 대한 학습은 읽기를 통한 이해에서 시작하고 일상에서 대화를 통한 어휘 습득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책읽기를 통한 고급어휘를 획득했을 때 학습의 기본 역량을 갖출 수 있습니다. 또한 부모님이 자녀에게 책을 읽어주고 아이가 보이는 반응에 성심껏 귀를 기울여주는 것이 학습에 가장 효과적이고 특히 개별적으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 학습의 기본능력인 집중력 향상에 가장 도움이 됩니다.
한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초등학생 자녀도 부모님이 책을 읽어준다면 자녀는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을 느끼면서 책읽기 습관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언어적 이해능력은 어휘력 향상을 통한 학습역량은 물론 인간의 소통능력과 감성능력을 발달시켜 학습은 물론 일상에서도 성공하는 자녀의 미래를 보장할 것입니다. 이제부터 자녀를 위한 책읽기 시간을 투자하여 자녀의 학습역량을 향상시켜보시기 바랍니다.
문의 : kimklan@kwu.ac.kr
김경란 (광주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