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극복 성공스토리 한 편 더 추가

[조대영의 영화읽기]‘파파로티’

2022-04-15     조대영

 윤종찬 감독은 2001년 ‘소름’을 내놓으며 한국영화의 기대주로 떠올랐던 장본인이다. 문제는 차기작들인 ‘청연’과 ‘나는 행복합니다’가 연달아 고배를 마시며 한국영화판의 부름에서 멀어지는 느낌을 주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파파로티’는 윤종찬 감독의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 역력하게 감지되는 영화이다. 감독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감동을 선사하고야 말겠다는 굳은 의지를 자신의 네 번째 영화에서 피력하고 있는 것이다.

 ‘파파로티’의 이야기는 그동안의 영화에서 흔하게 접했던 내용이다.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어려운 환경 때문에 꿈을 펼치지 못한 주인공이 참된 스승을 만나 날개를 펼친다는 줄거리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도움을 주는 스승은 과거에 영광의 일보 직전에서 좌절했던 경험이 있기에, 제자를 통해 이를 이룬다는 설정까지 익숙하긴 마찬가지다.

 이제 이 영화의 과제는 이야기의 진부함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영화의 서두는 빤한 스토리를 벗어나 보겠다는 의지가 집약되어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상진(한석규)과 장호(이제훈)는 자동차접촉사고로 서로 만나게 되는데, 제자가 될 장호가 조직원들을 거느리고 있는 조직폭력배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러니까 천부적인 목소리를 가진 소유자가, 낮에는 학교에서 밤에는 업소에서 이중생활을 한다는 설정인 것이다.

 윤종찬감독은 주인공이 재능을 꽃피우는데 있어서의 저해요소를, 갈등의 요소가 강한 조폭세계의 생리를 적용해 놓고, 이를 돌파하겠다는 자극적인 소재주의를 선택한 것이다.

 하여 이 영화는 조폭문화와 관련한 클리셰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고난과 극복을 조직해 낸다.

 유일한 가족이었던 할머니마저 잃고 외톨이가 된 장호가, 자신을 거둬준 조폭의 일원으로 활약한다는 설정부터가 그렇다. 여기에다 스승인 상진이 장호를 조직에서 빼내오기 위해, 보스(이재웅)에게 “밥벌이는 해야 하니 손 대신에 두 발을 내 놓겠다”는 대사역시 조폭의 언어이긴 마찬가지다. 또한 넘버2 창수(조진웅)가 뒤늦게 꿈을 찾은 장호를 우직한 믿음으로 놓아준다는 설정 역시 깡패들의 의리를 영화적으로 소비하는 장치일 것이다.

 ‘파파로티’는 하늘이 내린 목소리의 주인공이 위험천만한 조폭의 세계에서 구원된다는 극적인 요소를 강화했던 것이다.

 감독은 이 드라마틱한 골격을 세워놓고, 그 위에 인물들의 사연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며, 조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한다.

 여기에다 무거울 수도 있는 이야기의 중간 중간에 재치 있는 유머를 배치하여 긴장을 이완 시키고 있는 것도 잔재미를 준다. 비행기를 처음 타는 장호에게 기내에서 신발을 벗고 탈 것을 주문하여 웃음을 유발시키는 것 등이 좋은 예이다.

 이렇게 차분한 연출과 소소한 유머를 배치하며 매진했던 영화는, 종장에 관객들의 감정을 휘몰아치게 하는 전략을 마련해 놓는다.

 공연대회가 끝나버린 무대에서 스승과 제자는 피눈물의 연주와 노래를 시작하고,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자신의 이름을 걸고 공연하는 콘서트에서는 스승의 은혜에 감동의 노래로 보답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장호가 부르는 노래에 대한 비밀이다. 이제훈의 노래하는 연기에다 강요셉이 부른 곡을 립싱크해서 감동의 여파가 깨지지 않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꿈을 펼치기 어려운 환경 속에 있는 주인공이 멘토의 도움으로 고난을 극복하고 성공에 이르는 이야기는 한 편 더 추가된 것이다.

조대영 (영화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