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과 스타의 힘으로 허술함을 극복하다

[조대영의 영화읽기]‘은밀하게 위대하게’

2022-05-10     조대영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허점이 많은 영화다. 한데도, ‘천만관객’이 거론되고 있으니 그 비결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김수현이라는 배우의 스타파워가 실감 난다. 영화 역시 그의 매력이 돋보이도록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제작자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다음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200만 독자를 거느리고 있는 동명 웹툰의 인기를 무시할 순 없을 것이다. 만화를 본 관객들은 궁금증을 가지고 극장을 찾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유명 스타와 인기 만화는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문전성시를 이루게 하는 일등공신임이 분명하다. 이밖에도 출연 배우들의 고른 연기와 공들여서 찍은 액션 장면은 기본요소로 작용했음을 숨길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천만 영화가 되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이 필요한 법이다. 관객들의 심층에 자리하고 있는 선한 의지를 자극하지 못한다면, 국민영화가 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인 4명 중 1명이 보는 영화라면, 모름지기 의식의 밑바닥을 반응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애초부터 관객들의 집단무의식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북한 최고의 특수부대 요원인 원류환(김수현)은 특수 임무를 부여받고 남파되는데, 그가 서울의 달동네에 도착한 이유는 분명하다. 가난하지만 인간적인 정이 남아있는 그곳에서, 이웃끼리 서로 부대끼며 사는 온기 넘치는 세상과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살인기계였던 그의 차가웠던 피는 어느 순간 뜨거운 피로 변화되는 것이다.

이렇게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공동체정신의 회복’이라는 가치를 영화의 저변에 깔아 놓았던 셈이다. 영화의 마지막 쇼트를 한 장의 사진으로 끝낸 것이 이를 증명하는데, 달동네의 주민들이 닭죽을 끓여 먹으며 윤수일의 ‘아파트’를 노래 불렀던, 여름날 오후의 단체사진이 이 영화의 라스트를 장식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건드리고 있는 또 하나의 집단무의식은 ‘가족애’라는 가치다.

원류환은 계속해서 당으로 하여금 어머니의 안위를 묻고 또 묻는다. 북한의 특수부대에서 최고의 실력자이지만, 남한에 와서 바보 노릇을 하며 견딜 수 있는 것도 어머니의 안녕이 보장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결국, 원류환은 북한의 어머니가 편치 못하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자 동요한다.

영화는 재빠르게 그 빈자리에 대리 엄마를 세운다. 슈퍼아줌마(박혜숙)는 부지불식간에 원류환의 어미가 되는 것이다. 그녀가 원류환을 자신의 둘째 아들로 생각했음이 밝혀지는 순간, 관객들의 감정이 복받치도록 이 영화는 구조화되어 있는 것이다.

허나 많이 아쉽다. 이유인즉슨, 영화가 애초에 전하고자 했던 지고지순의 가치가 서툴게 전해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영화의 완성도가 부실한 것에서 기인한다. 말 그대로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구멍이 많은 영화인 것이다.

가장 눈에 거슬리는 점은, 국정원의 서수혁(김성균)이 무슨 명분으로 남한에 숨어든 간첩들의 목숨을 살리려고, 상부의 지시까지 어기면서 애간장을 태우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고, 남한과의 화해 무드가 조성되자 간첩들에게 극단의 지시를 하달하는 북한의 입장역시, 명확한 설득력이나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세련된 영화는 아니다. 그 허술함을 원작과 스타의 힘으로 극복해 내고 있는 점은 실로 놀랍다. 여기에다 서툴더라도 인간의 밑바닥에 자리한 원초적인 감정을 자극시키려는 노력역시, 안간힘으로 봐줄 수 있을 것이다.

조대영 (영화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