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의 위기’는 `광주의 위기’인가?
광주시의회 비례 1석 국민의힘 차지 가능성에 “거대정당 장악 견제 상실·광주정신 위배” 주장 일각 “진보정당 유권자들 요구만큼 변화했나?”
6·1지방선거가 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광주시의회 비례대표 1석을 국민의힘이 차지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그동안 그 자리를 차지해온 진보계열 정당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정의당·진보당 등 진보계열은 이같은 상황을 `진보의 위기=광주의 위기’론을 호소하고 나섰다. 광주시정에 대한 견제가 약화되고, 지역 정서와 맞지 않는 정책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108배(정의당)와 158시간 철야유세(진보당) 등 절박함으로 호소하고 나선 이들의 `광주 위기론’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 광주 정치권에 따르면, 6·1지방선거에서 광주시의회 비례의석 1석이 누구 차지가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광주광역시의회 의석은 총 23석으로, 이 중 20석이 후보에 직접 투표해 선출하는 지역구이고 나머지 3석이 정당 득표율 따라 배분되는 비례 의석이다. 역대 광주시의회 비례대표는 민주당이 2석을 챙기고, 나머지 1석을 두고 경쟁하는 구도로 진행됐다. 선거법상 특정당의 비례대표는 2/3를 넘을 수 없다.
지금까지 `1석’은 정의당·진보당(옛 민주노동당) 등 진보 진영이 차지해왔다. 하지만 올핸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호남지역에선 최초로 보수 정당 시의원 탄생이 실현될 수도 있는 것.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의당·진보당 등 진보계열 정당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의당·진보당 “부족했습니다. 다시 기회를”
우선 정의당은 지난 25일 옛 도청앞 민주광장에서 108배를 하며 `부족했습니다. 정의당에게 다시 기회를 주십시오’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자리에서 정의당 강은미 국회의원은 “그동안 정의당은 광주 정치의 대안이 되지 못했다. 모두 정의당이 부족한 탓”이라며 “그렇지만 저와 정의당은 여기서 포기하지 않겠다. 정의당을 바로 세우고 광주에서부터 정의당 혁신의 바람을 일으키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같은 날 진보당도 기자회견을 열어 “진보당을 광주시의회 교섭단체, 광주 제1야당으로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와 6·1지방선거 광주지역 출마자 28명은 “지방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간절한 마음을 담아 158시간 철야유세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진보 정당이 시의회 교섭 단체가 되어야 광주가 확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민의힘도 결국엔 거대정당이기 때문에 정책적 차별성은 없다”고 우려한다. 보수정당의 정책 제안과 견제 방향이 일반 광주시민의 정서와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광주 시민단체도 인식을 같이했다.
50여 개의 단체로 이루어진 정치개혁 광주시민연대 기우식 대변인은 “현재의 정치 시스템을 보면 결국엔 거대정당을 통해서만 민의가 반영되는 제도이기 때문에 선택지가 없도록 만든 요인이 크다”면서 “지금까지 보면 거대정당인 국민의힘도 정책적 차별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유권자인 60대 이모 씨는 “사실 광주에서 민주당이 오랫동안 해왔는데 잘 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그렇다고 국민의힘이 대안정당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면서 “국민의힘이 비례대표 의석을 가져갈 가능성이 우려스럽다. 지금까지 사례를 보면 그래도 정의당이나 진보당과 같은 진보정당(소수정당)이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진보정당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공진성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실 진보정당이 강한 곳이 광주이기 때문에 위기로 느껴질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진보정당의 힘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라면서 “변화해야 할 땐 변하고, 연합할 때는 연합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진보정당은 그런 게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유권자들의 요구만큼 정당도 변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소수정당 후보에 투표를” 대안론 목소리도
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거대 정당 아닌 소수 정당을 선택해야 광주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최영태 전남대 명예교수는 최근 SNS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은 2020년 총선 때 국민의힘을 따라 위성정당을 만들어 정치질서를 어지럽혔다. 지금까지의 행태를 볼 때 민주당 스스로 호남 정치의 정상화에 나서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호남 정치 정상화를 위해 호남 유권자들이 강한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 이외 후보에게 투표해도 결국 민주당 후보가 당선 되겠지만 어렵게 당선되는 전통을 만들자”며 기타 정당 후보 투표를 제안했다.
이와 관련 정의당 광주시의원 비례대표 1번인 문정은 후보는 “거대정당과 비교해보면 진보정당이 소수정당으로서의 한계가 많다. 특히 거대정당 속에서 우리들의 목소리가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면서 “지금까지 많은 분들의 질책이 있었는데 누구의 탓을 하기 보다는 스스로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점에서 출발해 지난 25일 108배로 시민들께 지지를 호소했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들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부디 투표를 포기하지 마시고 제대로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했다.
진보당 김주업 광주시장 후보도 “광주는 민주당의 텃밭인데 지금까지의 민주당 정치에 실망을 하신 분들도 분명 계실 것”이라면서 “그런 분들이 결국 투표를 하지 않는다면 정치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도가 올라간 것으로 나오는데, 그 당의 정체성을 고려한다면 광주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적절한 견제가 가능할지도 우려스럽다”면서 “진보정당이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많이 듣기 위해 다가갈테니 응원해주시고, 거대정당을 견제하기 위해 힘을 달라”고 호소했다.
권영웅 기자 nicev@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