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발자국’이 완제품 가격 좌우

[류평 KT호남본부장, 탄소 중립] 제품 전체 수명 주기 환경영향 종합·정량 평가

2023-01-10     류평
그래픽= 류평 본부장

 며칠 전에 물건을 구매했는데 포장지에 탄소발자국 마크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제는 스코프3과 직결된 제품의 탄소발자국 관리가 시작된 것을 사뭇 느낄 수 있었다. 제품의 수명주기를 고려한 환경영향평가 기법의 일환으로 LCA(전 과정평가·Life Cycle Assessment)가 1990년대 국제표준화기구(ISO)에 의해 표준으로 제정되었고, 제품 환경과 관련한 모든 영역에서 핵심 개념과 방법론으로 활용되고 있다.

 즉 LCA는 제품의 전체 수명주기 동안의 환경영향을 종합적이고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기법이며, 제품 제조기업이 공급망 전체의 환경영향을 측정하고 그에 대한 책임 경영을 하도록 유도하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LCA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 용어는 1960년대부터 논의되기 시작하였으며, 2006년 영국 의회 과학기술처에서 처음 나왔다. 당시 산업화에 따른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로 여러 환경문제가 발생하면서 환경부하 측정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현재 기업들 ‘스코프 1·2·3’ 대응 취약  

 시간이 흘러 탄소발자국은 LCA를 통해 평가되는 다양한 환경영향 범주 중 지구 온난화에 대한 영향을 특정하는 개념으로 지역과 산업, 제품 유형을 따지지 않고 사용되는 일반용어가 되었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에서 거래 대상 제품과 원·부자재에 대한 탄소발자국 정보 요구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내 산업계의 대응 부담도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탄소 공급망이 무엇인가?

 제조 부문 탄소 공급망은 제품 중심의 공급망과 병행하여 탄소 중심의 공급망이 구축된다고 하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제조 분야에서 원·부자재, 부품, 완성품으로 이어지는 최종 완제품 공급망이 있다면 이 과정에서 발생된 탄소 총량이 최종 완제품 탄소발자국으로 표시되는 탄소 공급망이 있다. 스코프3 배출량은 협력사와 물류 등 원·부자재 및 부품 생산 협력기업 탄소 배출량도 완제품 기업의 탄소 배출 몫으로 산정된다. 완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 입장에선 탄소 공급망관리가 매우 중요해진 셈이다.

 현재 대기업은 ESG 관련 대응은 그나마 하고 있지만, 탄소중립의 핵심인 스코프1(생산과정의 직접 배출), 2(전력 사용 등 간접배출), 3(공급망 등 총 외부 배출)에 대한 대응력이 매우 부족하다고 판단된다. 특히 스코프3를 포함한 대기업과 협력기업 간의 공급망 탄소 중립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야 한다

 인건비가 싸고 고용인력이 풍부하여 생산거점을 개발도상국으로 옮기던 경영전략은 오히려 탄소 발생 증가 부담을 가져오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수출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제탄소 공급망 선도를 위한 산업구조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탄소중립의 첫걸음은 온실가스 배출량의 정확한 산정에서부터 시작된다.

 대기업-협력기업 연결 플랫폼 필요

 따라서 공급망에 포함되는 중소·중견기업에서는 중소기업형 인벤토리를 먼저 구축하여야 하며, 대기업에서도 협력관계의 중소·중견기업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지원을 하여 완제품에 대한 탄소 저감 관련 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제품 전 과정 탄소 배출 관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탄소 배출량 저감에 있다. 즉 LCA 기반의 탄소 배출원인을 파악하고 공정 개선 등을 통해 저탄소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공급망에 연결된 모든 기업이 온실가스 저감을 추진하여야 하며 그 주체는 완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많은 협력기업 탄소중립에 대한 컨설팅을 대기업에서 다 케어할 수 없다. 결국은 대기업과 협력기업을 연결해 줄 수 있는 플랫폼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며, 또 많은 데이터를 저장해 놓을 수 있는 클라우드가 필요하다. 추가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AI 분석을 통해 현장 컨설팅을 해 줄 수 있는 전문 인력이 요구된다.

 결국 공급망 탄소중립의 핵심은 AI, 빅데이터, 클라우드와 탄소 중립 전문가를 필요로 하는 만큼 새로운 거대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더불어 EU의 탄소 국경 조정 제도 대응 MRV(측정·보고·검증) 관점에서도 데이터 신뢰성 확보를 위해 축척된 데이터를 보여주는 것도 향후 협상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기업은 이제 사업장 중심의 탄소관리는 제품 전 과정, 즉 LCA 관점으로 확장해야 한다.

 류 평(KT 호남본부장)